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선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잘한 기업인 13명을 초청해 저녁을 낸 것이다.

IMF체제 이후 김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초청해 "잘했다"고 격려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30대그룹의 한화 두산 한솔 대상 등을 비롯 제일제당 삼양사 유한양행
태평양 동아제약 로케트전기 동양화학 동성화학 하림 등 회사의 대표들이
초대됐다.

다소 선정에 무리가 있다는 잡음도 있었지만 이날 초청된 업체들은 최소한
정부가 보증하는 "IMF를 이긴 기업"이 됐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곧바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구조조정에 일찍 착수했다는 점이다.

두산 동양화학 태평양 등이 대표적 케이스.

동양화학 관계자는 "남보다 먼저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종업체에서 유사한 물건을 내놓기 전에 매각협상을 벌인 것이다.

이들 기업은 IMF 이전에 경영진이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구조조정에 착수
했다.

뒤늦게 시작한 기업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었을 뿐만 아니라 성과도 조기에
가시화시킬 수 있었다.

흑자.알짜기업부터 내놓은 것도 성공조건이었다.

외국업체들과 빠른 속도로 매각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의 라이신사업(6억달러), 한솔의 한솔제지(10억달러), 한화기계의
베어링부문(3천억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1~2개 핵심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알짜기업을 팔아 마련한 돈은 대부분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핵심업종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사용했다.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덕목"이다.

두산 한화 등은 대주주들이 매각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미원과 세원이 합친 대상의 경우도 세원측이 경영권을 양보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IMF 1년은 외형이 큰 기업이 아니라 변신이 빠른 기업에 더 점수를 두는
체제로의 변화과정이었던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