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Murphy)의 법칙"으로 유명한 머피의 1845년6월7일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골프에서 18홀을 다 끝낸 후에 연습장에서 치는 공이 점수에 카운트
안되듯이 첫홀에서 멋진 드라이버 샷을 치고 정식으로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잘못 친 공들은 당연히 플레이 전에 연습장에서 친 공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점수에 카운트되지 않아야 마땅하다"

티샷을 잘못쳐서 볼이 조금밖에 안나가거나 코스 밖으로 날아가게 되면
당사자는 무척 창피하고 계면쩍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동반자들이 권하거나 자신이 양해를 구해서 별타없이 다시
치는 것을 "멀리건"이라고 부른다.

골퍼들에게 멀리건이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물어보면 확실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티샷을 잘못했거나 OB가 났을 경우 룰과 관계없이 다시 치도록 아량을
베푸는 것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1992년 봄에 아일랜드의 한 골프유품 수집가에 의해서
처음으로 멀리건에 대한 신비가 밝혀졌다.

그는 소장한 책의 표지에 토머스 멀리건(Thomas Mulligan)이라는 이름이
씌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책에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골프게임 운영에 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
와 스케치 그리고 경기내용 등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골프에 관한 놀라운 통찰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 자서전적인 데이타에 따로해 그는 1793년5월에 태어나서 1879년4월1일에
죽은 앵글로 아이리시(Anglo-Irish) 출신의 철학자로 열정적인 골퍼였다.

또 그는 골퍼롤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원칙주의자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이단자로 까지 취급되었다.

멀리건이 살았던 집에는 그가 사용하던 클럽과 옷가지들, 그가 써놓은
각종 골프롤에 관한 원고들로 가득차 있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지 일주일이 지나 집에 화재가 났다.

그러나 골프에 관한 원고들은 기적적으로 보존되면서 추모하는 사람들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롤이 엄격한 골프경기를 하면서 별타도 없이 티샷을 다시 하는 규칙위반
행위에다가 골프규칙을 집대성한 사람이며 자신이 스스로 엄격한 원칙주의자
이기도 했던 멀리건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은 또 무슨 장난
인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그가 골프규칙을 집대성한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멀리건은 그 이름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