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의 한국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은 양국의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자유치 차원에서 일본자본을 끌어들이려는 한국 재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산기지나 판매처로서 한국이 필요한 일본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일본으로서도 경제회복을 위해 아시아 경기부양이 병행돼야 한다.

아시아의 수요창출없이는 일본의 내수침체문제를 해결할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가 아시아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리겠다는 "아시아 뉴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에 시장 주도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일본이
한국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의 주요시장인 한국을 미국이나 유럽기업이 독식할 경우 일본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도나 정서 등 모든면에서 투자환경이 크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은 상황"(현대경제연구원
양두용 박사)이다.

<> 호전되는 투자환경 =지금까지 일본기업들은 수입선다변화제도 등 규제
에다 소비자들의 반일감정까지 겹쳐 한국에서 물건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수입선 다변화 제도에 묶여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금지됐던 88개
품목중 40개품목이 지난 6월부터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데 이어 내년 6월에는
이 제도가 완전철폐, 일본산 제품이 자유롭게 들어올수 있게 된다.

반일감정도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

일본문화 개방 등을 계기로 영화, 음악 등 문화가 자유롭게 교류되면
일본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일본자본에 대한
반감이 희석됐다.

이와관련, 최근 투자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던 후지무라 마사야 한일
투자협의회장은 "한국에서 개혁의욕을 실감했다"고 평가했다.

<> 대형투자가 예상되는 업종 =투자를 끌어들일 후보업종은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중화학 산업분야다.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투자중 최대 규모는 미쓰이물산의 현대석유,
삼성종합화학 통합법인에 대한 투자.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15억달러규모로 예상된다.

닛폰마이닝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LG금속도 대형투자로 꼽힌다.

투자규모는 10억달러선에 달할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

철강 역시 대형 일본투자를 끌어들일 후보 업종이다.

아직 일본쪽에서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포항제철 매각이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게 일본 관계자의 분석.

"특히 첨단 설비인 광양제철소를 갖추고 있는 포철은 일본철강업계가
생산기지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대상"이라고
한 일본관계자는 말했다.

반도체 역시 일본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다.

특히 D램 분야에서는 세계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어 일본업체들에 활용
가치가 높다.

지분참여나 투자를 통해 이들 설비를 이용할 경우 일본으로서는 생산원가를
낮추면서도 고급 품질을 유지할수 있어 메리트가 크다.

철강, 반도체, 화학 등은 모두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

한국과 일본이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아시아 등 국제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할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대형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한국진출에 관심이 있는 일본기업들이 지적
하는 문제점은 노사갈등.

IMF이후 실업난으로 노사문제가 자연히 해결된 측면도 있지만 아직 미흡
하다는게 일본기업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반일감정이 누그러들고는 있지만 한국정부정책에 따라 언제 어떻게
살아날지몰라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을 사들일 경우 노조의 반발이 예상될수
있다"는게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유럽기업과 손잡고 일본.유럽 합작으로 한국
에 공장을 세우는 사례도 등장할 정도다.

LG경제연구소의 이지평 박사는 "국내 산업을 위해서도 일본기업과 자본
교류를 통한 산업협력체제를 구축하는게 바람직하다"며 "일본의 민간 장기
자금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유입될수 있도록 노사문제 완화, 반일감정 해소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