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Korea 21] 외국인과의 대화 : 'IMF 관리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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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접어든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등 4개부문을 중심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할 뿐 갈 길은 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장 속도가 느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좌담회 시리즈 열한번째로 한국경제 전반의 개혁
프로그램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존 다즈워스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과 스리람 아이어 세계은행(IBRD) 한국담당국장을 초청, "IMF
관리체제 1년"에 대한 그들의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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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참석자 : 존 다즈워스 < IMF 서울사무소 한국대표 >
스리람 아이어 < 세계은행 한국담당 국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IMF 관리체제로 편입된 이유로 흔히
세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두번째는 헤지펀드들의 투기거래 등을
막을 수 없었던 부실한 금융시스템이 꼽힌다.
세번째는 선진국들의 음모론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호연관성은.
<> 존 다즈워스 IMF 서울사무소 한국대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 나타났던 기아 한보그룹 등 일련의 대기업부도사태가 위기를 이미 예고
하고 있었다.
무분별하게 외형성장만 추구하는 한국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불거진
것이다.
생산성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몸집불리기에만 치중한 탓이다.
성숙하지 못한 금융기관들의 부실대출관행이 이를 부추겼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릇된 대출관행은 관료주의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개입해 부실대출을 조장했다.
자본시장의 자율화및 개방으로 금융기관들이 해외로부터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투자에 나섰던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 스리람 아이어 IBRD 한국담당국장 =오랜 기간 곪아왔던 고름이 터진
것이었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3년전부터 한국의 단기부채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악화됐던 수출채산성과 산업생산성및 성장성을 들 수 있다.
수출채산성은 지난 94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건설 제조업 등의 성장속도
는 90년대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요인들은 별로 중요시 되지 않고 간과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금융부문의 생산성이 저하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문제였다.
전체 근로자중 소수를 대표하는 노조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띠게 된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 사회 =그렇다면 IMF나 IBRD 등 국제기구가 왜 한국의 경제위기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는가.
지난해 9월이나 10월께 위기조짐을 충분히 포착할 수 있었을 텐데.
<> 다즈워스 대표 =솔직히 말해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을 꾸준히 지켜 보지
않는다면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싯점을 정확히 포착해 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 한국의 경제가 대외신뢰도를 잃기 시작했을 때부터가 본격적인
위기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그 정확한 시기를 집어낼 수는 없다고 본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에 홍콩주가폭락 등 너무나 많은 돌발적인 상황들
이 아시아지역에서 전개됐다.
이런 복잡한 상황속에서 한국도 외국인투자자들이나 해외금융기관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위험에 노출됐던 것이다.
<> 아이어 국장 =세계은행(IBRD)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솔직히 실수라고 인정하고 싶다.
세계은행은 자금지원 대상에서 졸업한 국가에 대해 이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지원후에도 지속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을 받은 국가가 경제정책을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위기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IBRD라도 그 나라의 경제위기조짐을 읽어내기가 사실
어렵다.
경제정책의 투명성은 경제위기를 막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칠레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책이 결정된 과정과 다음에는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그 배경은 무엇
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 덕분에 지난 중남미의 외채위기 소용돌이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올
수 있었다.
<> 사회 =얼마전 영향력있고 저명한 어떤 인사까지 한국의 외환 위기와
고나련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게 된데는 서구세력의 공모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 다즈워스 대표 =한국의 외환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최선을 다했다.
한국의 위기가 세계경제위기로 번질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미국 등 서구세력이 음모를 꾸몄다면 왜 그렇게 진화하려고 노력했겠는가.
<> 아이어 국장 =서구국가들이 아시아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아시아지역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공모론이 돌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대목이다.
이미 일본은 서구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정말 서구국가들이 공모했다면 왜 서방선진국(G7)이 지난 10월 아시아국가들
의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대책을 논의했겠는가.
미국이 세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것을 비롯,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
도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세계 자본시장에서는 수십조 달러의 자금이 움직인다.
철없는 어느 세력이 음모를 꾸민다는 일은 넌센스다.
<> 사회 =IMF는 경제위기에 빠진 태국과 한국에 비슷한 처방전을 썼다.
그것은 두 나라의 경제구조가 유사했기 때문인가.
<> 다즈워스 대표 =두 나라의 경제위기가 외환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환율을 안정시키자는게 급선무였다.
경제구조가 유사해서 같은 처방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고금리정책이 한 예다.
그것은 금리를 올려 달러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자는게 목적이었다.
물론 고금리정책이 외부차입의존도가 큰 한국의 기업들에 많은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고금리정책의 당초 목적은 환율안정이었다.
<> 사회 =IBRD는 IMF의 처방책을 어떻게 보는가.
<> 아이어 국장 =상황이 변화면 처방책도 변하게 마련이다.
IMF의 고금리정책은 외부차입이 많은 한국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정부와 여러차례 정책협의를 통해 고금리정책을 바꾼 것으로
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고충도 문제였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를 심각히 고려했어야 했다.
앞으로 3~4년간은 실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실업기금 등 충분한
사회안전망구축이 절실하다는 점을 한국정부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IBRD는 사회안전망보완을 꾸준히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사회 =한국정부는 그동안 기업및 금융기관구조조정 노동(실업)공공부문
등 4가지 부문을 축으로 개혁노력을 펼쳐 왔다.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아이어 국장 =우선 이번 경제위기가 한국에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제공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행히 새 정부는 이런 기회를 살릴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고 본다.
개혁팀을 구성해 종전의 정부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개혁의 방향은 올바르게 잡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4개 부문중 가장 크게 진전된 게 있다면 사회안전망확충을 들 수 있겠다.
지난해에 비해 실업기금등 사회보장관련 예산이 40%이상 늘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훨씬 앞서 있는 부문이다.
은행 등 금융부문의 구조조정도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갈길이 멀다.
특히 전체 한국기업의 장단기 부채중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그렇다.
정리해고 등 개선된 노동법의 실질적인 적용도 필요하다.
<> 다즈워스 대표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지 아니면
실패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기업구조조정은 한국정부가 보다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기업구조조정이 모든 개혁의 최종적인 반영이다.
그것이 안되면 다른 것은 별의미가 없다.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두가지를 염두해 두고 진행돼야 한다.
첫째는 산업의 합리화다.
과잉설비와 투자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공장폐쇄와 실업문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5대그룹간의 빅딜이 한국기업들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수익성 생산성 등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추진되는
단순한 사업맞교환은 부작용만 부를 수 있다.
특히 빅딜을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우려
된다.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되면 빅딜은 앞으로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막대한 부채비율을 줄여 나가는게 중요하다.
<> 아이어 국장 =한국의 언론들이 너무 빅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문제다.
빅딜이 모든 한국기업들의 빅딜이고 기업구조조정의 전부인양 강조하고
있다.
빅딜은 구조조정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 사회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강조해야 할 또다른 것이 있다면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일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새롭게 뜯어고쳐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다즈워스 대표 =동감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야 말로 구조조정의 핵심일 수 있다.
<> 아이어 국장 =금융및 기업의 지배구조가 동시에 개선돼야 할 것이다.
경영상태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6대그룹에서 64대그룹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시한이 올해 연말까지로 못박혀
있지만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에서 5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크다.
그런데 5대그룹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 사회 =언제쯤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으로 보나.
<> 다즈워스 대표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잘하면 내년 전반기에 바닥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회복의 강도다.
바닥을 치더라도 회복속도가 느리다면 고통스런 기간은 4~5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경기회복의 강도와 속도는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속도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기간은 길어질 것이다.
<> 아이어 국장 =내년 상반기께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의 주요 수출지역인 아시아와 미국의 경제여건도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기존 경영전략의 틀을 뜯어고쳐 외형보다는
수익성을 최우선하는 새로운 경영구조를 하루 빨리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정리= 김수찬 기자 ksch@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
그동안 정부는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등 4개부문을 중심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할 뿐 갈 길은 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장 속도가 느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좌담회 시리즈 열한번째로 한국경제 전반의 개혁
프로그램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존 다즈워스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과 스리람 아이어 세계은행(IBRD) 한국담당국장을 초청, "IMF
관리체제 1년"에 대한 그들의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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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참석자 : 존 다즈워스 < IMF 서울사무소 한국대표 >
스리람 아이어 < 세계은행 한국담당 국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이 IMF 관리체제로 편입된 이유로 흔히
세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두번째는 헤지펀드들의 투기거래 등을
막을 수 없었던 부실한 금융시스템이 꼽힌다.
세번째는 선진국들의 음모론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호연관성은.
<> 존 다즈워스 IMF 서울사무소 한국대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 나타났던 기아 한보그룹 등 일련의 대기업부도사태가 위기를 이미 예고
하고 있었다.
무분별하게 외형성장만 추구하는 한국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불거진
것이다.
생산성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몸집불리기에만 치중한 탓이다.
성숙하지 못한 금융기관들의 부실대출관행이 이를 부추겼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릇된 대출관행은 관료주의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개입해 부실대출을 조장했다.
자본시장의 자율화및 개방으로 금융기관들이 해외로부터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투자에 나섰던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 스리람 아이어 IBRD 한국담당국장 =오랜 기간 곪아왔던 고름이 터진
것이었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3년전부터 한국의 단기부채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악화됐던 수출채산성과 산업생산성및 성장성을 들 수 있다.
수출채산성은 지난 94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건설 제조업 등의 성장속도
는 90년대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요인들은 별로 중요시 되지 않고 간과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금융부문의 생산성이 저하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문제였다.
전체 근로자중 소수를 대표하는 노조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띠게 된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 사회 =그렇다면 IMF나 IBRD 등 국제기구가 왜 한국의 경제위기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는가.
지난해 9월이나 10월께 위기조짐을 충분히 포착할 수 있었을 텐데.
<> 다즈워스 대표 =솔직히 말해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을 꾸준히 지켜 보지
않는다면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싯점을 정확히 포착해 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 한국의 경제가 대외신뢰도를 잃기 시작했을 때부터가 본격적인
위기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그 정확한 시기를 집어낼 수는 없다고 본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에 홍콩주가폭락 등 너무나 많은 돌발적인 상황들
이 아시아지역에서 전개됐다.
이런 복잡한 상황속에서 한국도 외국인투자자들이나 해외금융기관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위험에 노출됐던 것이다.
<> 아이어 국장 =세계은행(IBRD)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솔직히 실수라고 인정하고 싶다.
세계은행은 자금지원 대상에서 졸업한 국가에 대해 이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지원후에도 지속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을 받은 국가가 경제정책을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위기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IBRD라도 그 나라의 경제위기조짐을 읽어내기가 사실
어렵다.
경제정책의 투명성은 경제위기를 막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칠레가 대표적인 경우다.
정책이 결정된 과정과 다음에는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그 배경은 무엇
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 덕분에 지난 중남미의 외채위기 소용돌이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올
수 있었다.
<> 사회 =얼마전 영향력있고 저명한 어떤 인사까지 한국의 외환 위기와
고나련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게 된데는 서구세력의 공모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 다즈워스 대표 =한국의 외환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최선을 다했다.
한국의 위기가 세계경제위기로 번질지 모르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미국 등 서구세력이 음모를 꾸몄다면 왜 그렇게 진화하려고 노력했겠는가.
<> 아이어 국장 =서구국가들이 아시아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아시아지역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공모론이 돌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대목이다.
이미 일본은 서구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정말 서구국가들이 공모했다면 왜 서방선진국(G7)이 지난 10월 아시아국가들
의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대책을 논의했겠는가.
미국이 세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것을 비롯,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
도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세계 자본시장에서는 수십조 달러의 자금이 움직인다.
철없는 어느 세력이 음모를 꾸민다는 일은 넌센스다.
<> 사회 =IMF는 경제위기에 빠진 태국과 한국에 비슷한 처방전을 썼다.
그것은 두 나라의 경제구조가 유사했기 때문인가.
<> 다즈워스 대표 =두 나라의 경제위기가 외환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환율을 안정시키자는게 급선무였다.
경제구조가 유사해서 같은 처방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고금리정책이 한 예다.
그것은 금리를 올려 달러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자는게 목적이었다.
물론 고금리정책이 외부차입의존도가 큰 한국의 기업들에 많은 고통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고금리정책의 당초 목적은 환율안정이었다.
<> 사회 =IBRD는 IMF의 처방책을 어떻게 보는가.
<> 아이어 국장 =상황이 변화면 처방책도 변하게 마련이다.
IMF의 고금리정책은 외부차입이 많은 한국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정부와 여러차례 정책협의를 통해 고금리정책을 바꾼 것으로
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금리로 인한 기업들의 고충도 문제였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를 심각히 고려했어야 했다.
앞으로 3~4년간은 실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실업기금 등 충분한
사회안전망구축이 절실하다는 점을 한국정부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IBRD는 사회안전망보완을 꾸준히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 사회 =한국정부는 그동안 기업및 금융기관구조조정 노동(실업)공공부문
등 4가지 부문을 축으로 개혁노력을 펼쳐 왔다.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아이어 국장 =우선 이번 경제위기가 한국에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제공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행히 새 정부는 이런 기회를 살릴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고 본다.
개혁팀을 구성해 종전의 정부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개혁의 방향은 올바르게 잡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4개 부문중 가장 크게 진전된 게 있다면 사회안전망확충을 들 수 있겠다.
지난해에 비해 실업기금등 사회보장관련 예산이 40%이상 늘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훨씬 앞서 있는 부문이다.
은행 등 금융부문의 구조조정도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갈길이 멀다.
특히 전체 한국기업의 장단기 부채중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그렇다.
정리해고 등 개선된 노동법의 실질적인 적용도 필요하다.
<> 다즈워스 대표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지 아니면
실패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기업구조조정은 한국정부가 보다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기업구조조정이 모든 개혁의 최종적인 반영이다.
그것이 안되면 다른 것은 별의미가 없다.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두가지를 염두해 두고 진행돼야 한다.
첫째는 산업의 합리화다.
과잉설비와 투자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공장폐쇄와 실업문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5대그룹간의 빅딜이 한국기업들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수익성 생산성 등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추진되는
단순한 사업맞교환은 부작용만 부를 수 있다.
특히 빅딜을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우려
된다.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되면 빅딜은 앞으로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막대한 부채비율을 줄여 나가는게 중요하다.
<> 아이어 국장 =한국의 언론들이 너무 빅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문제다.
빅딜이 모든 한국기업들의 빅딜이고 기업구조조정의 전부인양 강조하고
있다.
빅딜은 구조조정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 사회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강조해야 할 또다른 것이 있다면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일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새롭게 뜯어고쳐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다즈워스 대표 =동감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야 말로 구조조정의 핵심일 수 있다.
<> 아이어 국장 =금융및 기업의 지배구조가 동시에 개선돼야 할 것이다.
경영상태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6대그룹에서 64대그룹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시한이 올해 연말까지로 못박혀
있지만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에서 5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크다.
그런데 5대그룹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 사회 =언제쯤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으로 보나.
<> 다즈워스 대표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잘하면 내년 전반기에 바닥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회복의 강도다.
바닥을 치더라도 회복속도가 느리다면 고통스런 기간은 4~5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경기회복의 강도와 속도는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속도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 늦어질수록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기간은 길어질 것이다.
<> 아이어 국장 =내년 상반기께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의 주요 수출지역인 아시아와 미국의 경제여건도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기존 경영전략의 틀을 뜯어고쳐 외형보다는
수익성을 최우선하는 새로운 경영구조를 하루 빨리 확립해야 할 것이다.
< 정리= 김수찬 기자 ksch@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