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들이 23일 오후 3시 리틀앤젤스예술회관에서 새출발을 선언한다.

이름하여 "범금융인대회"다.

참석자만도 1천1백여명에 달하는 대형행사다.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과거의 부실금융과 연을 끊겠다는
자리다.

취지에 걸맞게 앞으로 대출청탁하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결의도
할 예정이다.

전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이같은 결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대로만 된다면 의미있는 행사가 될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범금융인 대회를 바라보는 금융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않다.

잔치 분위기여야할 금융인 대회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온갖 잡음에 시달린게
사실이다.

대회를 재정경제부가 기획했다는 얘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비록 정부사람들이 참석하지 않는 모임으로 모양이 바뀌긴 했지만 본질적
성격상 군사정권 시절의 "체육관 결의대회"와 같다.

참석자들도 "할 일이 많은데.."라며 탐탁치 않아 한다.

대출청탁자 명단공개도 그렇다.

합병은행에서나 구조조정중인 은행들에선 요즘 임원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은 정치권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살아남으면 아무래도 청탁에 약할 수 밖에 없다.

기왕에도 줄대기와 청탁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와 같았다.

그래서 이번 결의도 행사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달라지지 않고, 은행임직원의 행태가 과거와 같은한 "결의"는
한낱 구두선일 뿐이다.

< 이성태 경제부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