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현상이 이어지면서 무역업계는 원화가치의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외환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 등 종합상사들은 영업부서에 수출 단가를 신중하게 결정해
계약을 맺도록 지시했다.

달러 수급사정이 좋은데다 증시와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달러가 유입되고
있어 당분간 원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다.

조승제 한국무역협회 이사는 "수출업체들이 원화강세를 염두에 두고 수출
영업을 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원화
가치가 추가로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가치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자 섬유
등 일부 제품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은 최근의 원화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김신 삼성물산 금융팀장은 "최근 엔화강세에 비해 원화가치의 절상폭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는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과 함께 일본 엔화환율의
추이를 주시하며 중장기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부 발빠른 수출업체들은 일본 경쟁업체들의 수출단가정보를 취합해 수출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이같은 원화강세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및 주력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돼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데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줄곧 국내 기업에 대한 여신한도
(Credit-line) 축소를 요구해와 달러에 대한 잠재수요가 적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은 유동성확보 차원에서 보유하던 달러로 조기에 부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보유달러화로 외국에서 빌린 돈을 갚을 경우 단기적으로 원화가치상승에
따른 환차손 부담을 덜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치가 떨어질 경우 불어나는 달러외채 상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

대기업 외환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어느 정도 강세행진을 지속하다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환관리 전략을 짜고 있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수출계약을 맺고 선물환 매입이나 스왑(Swap)거래 등을
통해 환율급등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무역업계는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내릴 경우 사업환경이 불안해지는 만큼
외환 당국이 환율안정에 힘써줄 것을 바라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