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단편소설에서 주인공은 자기 아들이
자신의 분신이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피눈물나는 노력을 보여준다.

아이는 이런 열망도 모르는채 성장한다.

결국 발가락이 자신과 닮았다고 절규하며 소설은 끝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동물들은 종에 따라 각각의
특징적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러면서 제각각 모습은 다르나 일부가 부모의 형태를 닮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자식이 부모의 장점만 닮아 태어난다면 천운이겠지만 단점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이처럼 난감할 일이 없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이저도라 덩컨이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우생학으로 보면 둘이 결합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는 내용이었다.

덩컨의 육체에 쇼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가장 이상적인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고 적었던 것이다.

그러자 쇼는 자신도 우생학을 잘 알고 있으나 자신의 육체에 당신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불행할지 생각해보라고 답장했다.

필자는 음경이 작다고 찾아오는 많은 사람을 대하면서 목욕탕의 정경을
되새김질 해본다.

남자 목욕탕에는 세부류가 있다.

하나는 목욕은 안하고 괜히 목욕탕을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기가 남보다 크다는 생각에 목욕할 생각은 안하고 은근히
자랑하며 다닌다.

이런 사람들은 탈의실에 와서도 아랫도리 입을 생각은 안하고 윗도리만
입고 서성거린다.

또 하나는 자신의 성기가 작다는 생각에 수건으로 몸을 칭칭감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목욕을 하러 왔는지 물만 끼얹으려 왔는지 모를 부류다.

나머지는 평균적인 사이즈의 성기를 갖고 있어 크기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자신의 고추가 남보다 작다는 생각으로 목욕탕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런 고충 때문에 자식의 고추가 작을 경우 더욱
고민에 휩싸인다.

자식의 고추를 크게 할 방법이 없느냐며 병원에 데리고 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자간에 확대수술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

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기확대수술에 대한 임상결과를 학회에
발표했을 때 많은 의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음경왜소증은 단순한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술로 정신질환을 고친다는 자체가 당시의 의학상식에 맞지 않는 엉뚱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성기확대수술이 보편화됐고 많은 환자들이 수술후 자신감을
되찾아 사회생활에 임하고 있다.

< 이윤수 비뇨기과의원 원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