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18일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모
의원에 대해서만 유난히 부탁성 얘기를 길게 했다"고 공개한 "여야총재회담
발언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고 나섰다.

이같은 여권의 움직임은 불필요한 발언으로 모처럼 조성된 여야협력관계를
먼저 깨버리고 어렵게 성사된 여야 총재회담의 의미도 퇴색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사실여부를 차치하고 총재회담에서 나눈 얘기가 보도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게된 조 대행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발언 배경을
설명하며 파문을 조기수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대변인은 "총재단회의 보고 차원에서 나온 얘기를 대변인이 공개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파장이 생겼다"고 "총대"를 메기도 했다.

한화갑 총무도 "조 대행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측에 정중하게 입장을 전달했
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그러나 완전히 누그러진 상태가 아니다.

안상수 대변인은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뒤 브리핑을 통해 "국민회의측의
유감표명은 공식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조 대행 자신이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또 "김 대통령의 언급중 "사실여부를 차치하고"라는 대목은
총재회담 내용을 흘린 것만 문제를 삼고 있어 조 대행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얘기처럼 들릴 우려가 있다"며 "이 부분을 다시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강경기류는 <>김윤환 전부총재의 30억원 수수 파문
<>이 총재 동생 이회성씨 대선자금모금 개입수사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의
지속적인 정치권 사정 시사 발언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총재회담이후 급속하게 얼어붙던 정국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 계기를 찾게 됐다고 보고 있다.

여야가 여러가지 변수를 저울질하다 오는 20일 김 대통령 귀국 이후 적극적
인 대화정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