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고향엘 갑니다"

8백명 관광객 명단에 끼어 금강산을 찾는 권경록(78.강원도 고성)할머니.

금강산 관광의 출발지인 온정리가 고향이다.

"죽을 때까지 못가볼 것 같았는데...

며칠전부터 입맛이 떨어지고 가슴이 두근 두근한게..."

49년만에 고향을 찾는 권 할머니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고인다.

온정리에서 삼일포로 가는 길에 친정집을 볼 수 있다는 꿈에 며칠째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제일 생각나지.

부모님도 북에 계셨지만 지금이야..."

세월에 그리움마저 묻어버렸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권 할머니의 친정은 온정리에서 멀지 않은 양송리.

18세 때 인근인 장전리로 시집을 갔다.

이번 여행길에 시집도 멀치감치서 볼 수 있게된 셈이다.

권 할머니는 난리통에 함께 월남한 4촌동생 권만희씨, 올케 어용선씨와
함께 고향을 간다.

"고향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데.

하지만 내년에는 모두 다 갈수 있을거 아니겠어.

땡빚을 내서라도 가봐야지"

다만 지난 세월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고향땅을 다시 밟지만 그래도 젊어서 갔어야 하는데.

쭈글쭈글해져서가는게 한스럽기만 해."

< 금강호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