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

해마다 수능시험 날은 왜 춥기만 할까.

교육부는 30년간의 기상자료를 토대로 따뜻한 날을 고른다고 고르는 모양
인데, 결과는 정반대로 11월중순치고는 기중 추운 날을 고르는 꼴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니 이 무슨 조화인가.

그 까닭은 고3 학부모가 돼봐야 안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입시제도가 바뀔지 3년간을 조바심하다가 마침내 시험을
치는 날, 마음마저 얼어붙게 마련인 그날 춥지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고등학교 학부모입장에서 보면 입시제도개편은 한마디로 백해무익이다.

대학간 학교차가 극명하고 이른바 1류대학을 나와야 이래저래 살기 편한게
엄연한 현실인데, 떨어뜨리는 방법만 왔다갔다하니 적응하기만 어려울뿐이다.

내신만으로 뽑건 본고사를 보건 말건, "좋은 대학의 좁은 문"에 변화가
없는 이상 달라질게 있을리 없다.

걸어가는 모양새로 뽑는다면 그 요령을, 물구나무 선 모양이 기준이라면
또 그 방향에서, 말썽많은 과외도 어김없이 계속될게 자명하다.

학생을 뽑는 방법은 각대학에 맡겨놓으면 그것으로 족한 일이다.

정말 국가에서 해야할 일은 지방대학육성 등으로 "좋은 대학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늘려 좁은문을 넓히는 일이다.

그런 목적에서라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포함한 공무원채용 등에서 지방
대학을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해야할 일은 하지않고 하지않아도 좋을 일에나 메달려있는 교육정책, 입시
제도개편으로 심심함을 달래는 행정은 문제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꼴이다.

외국어 및 과학분야의 영재교육을 위해 설립한 이른바 특수목적고교의 집단
자퇴파동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내신성적에 의한 대입 무시험전형으로 빚어지고 있는 이른바 비평준화지역
명문고미달사태는 더욱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공부잘하는 학생이 많아 수학분위기가 좋은 학교보다는
그렇지못한 학교를 선택하기 위한 경쟁이 빚어지지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공부를 시키기위한 교육정책인지 조차 불분명해지는 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입시건 경제건, 현실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도 없이 제도를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명목이 그럴듯한 제도들이 결과적으로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폐해를 낳고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현실인식이 결여된데 그 원인이 있다.

부부합쳐 금융소득이 연간 4천만원이상인 경우를 대상으로 종합과세를
하다가 이를 유보한지 불과 몇달만에 재경부가 다시 빠른 시일내에 종합과세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세부담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지만, 경기상황 등
경제여건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옳은 논리일지 의문이다.

9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대상자가 납부한 세금총액이 전체세수의 0.5%
정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정도의 세수가 조세형평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지 우선 생각해볼
일이다.

일단 4천만원이상으로 출발, 종합과세대상을 점차 늘려나가면 되지않느냐고
할지모르나,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웬만한 봉급생활자까지 매년 5월마다 종합소득세신고를 해야될 것이 필지고,
그렇게되면 귀찮다는 불평이 쏟아지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결국 일정세율의 분리과세나 종합과세를 본인이 선택하게되는 타협안이
제도화될텐데, 이는 과세형평과는 전혀 딴 얘기가 되고만다.

96, 97년 금융소득중 장기저축이자에 대해 30%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를
선택하게 한 것을 기준하더라도 그렇다.

종합과세가 귀찮기 때문에 30% 분리과세로 끝내겠다는게 중산층이하의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면, 그 종합과세제도는 조세형평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나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중산층이하의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만 높아지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조세문화가
달라지지 않는한 종합과세는 시기상조다.

제도개편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 할게 많은 시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