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공군사관학교 교수 gemkim@hanmail.net >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숫자정보중에서 확률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확률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매일 대하는 확률정보에는 비나 눈이 올 확률, 각종 병에 걸릴
확률, 각종 사고를 당할 확률 등이 있으며 사업중에서도 보험이나 복권,
카지노 등은 확률에 바탕을 두고 번성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라고 프랑스
수학자인 라플라스가 말했듯이 확률은 개인의 사적인 선택에서부터 기업이나
국가의 정책결정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확률을 판단할 때 오류를 범하기 쉽다.

"머피의 법칙"도 그런 오류중의 하나이다.

머피의 법칙은 그룹 DJ덕(Doc)이 노래 제목으로 사용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이 노래 속에서 주인공은 "미팅에 나가 "저 애만 안 걸렸으면" 하는 애가
꼭 짝이 되고, 오랜만에 동네 목욕탕에 가면 정기 휴일이 걸린다"고 투덜
댄다.

이 노래가 신세대의 입에 오르 내리자 사람들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는 말을 떠올린다.

머피의 법칙이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되고야 만다"는
것으로 일이 예상과는 달리 자꾸 꼬일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같은 사례는 많다.

급해서 택시를 기다리면 빈 택시는 길 건너편에 나타난다.

그래서 기다리다 못해 길을 건너가면 다시 반대편에 빈 택시가 자주
지나간다.

기다리던 전화는 기다리다 못해 신발끈까지 다 묶고 막 나가려는 순간에
따르릉하고 울린다.

또 운전하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찾으면 주유소는 꼭 반대쪽에 나타나는
등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다양한 경험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은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주 일으키는 판단의
착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의 확률을 평가할 때, 쉽게 기억이 나는 사건들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잘못된 판단을 유용성 오류(availability bias)라고 한다.

사람들의 경험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머리속에 오래 남아 있는다.

이같은 기억 중의 하나가 바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였던 기억일 것이다.

그런 기억은 쉽게 되살릴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그런 사건들의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착각을 하고 심지어는 그런 착각이 어떤 법칙처럼 생각, 머피의
법칙이란 이름까지 붙여 놓는다.

그러나 실제로 미팅에서 걸리지 말았으면 하던 여자가 실제로 걸리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어쩌다가 목욕탕에 가서 문제없이 목욕 잘 하고 돌아온
경우가 더 많다.

다만 그런 경험은 너무나 평범해서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숫자정보 사회속에서 사람들의 확률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낮은 편이다.

확률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머피의 오류가 법칙 인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확률 판단의 잘못된 선입관을 초래하는 상황은 매우 유감
이다.

잘못될 가능성을 무시한다면 설마 하다가 낭패를 보게 되지만 반대로
반드시 잘못될 것이라고 미리 포기를 한다면 이 또한 수문맹(innumeracy)에
속하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