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직한 이마,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

하나은행 문순민(38)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PB) 팀장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몸에 밴 한줄기 날카로움을 느낀다.

그는 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유자산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굴릴수 있는가를 상담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3년동안 다만 0.1%라도 더 수익을 올릴수 있는 투자대상을 찾는 일에 종사,
경기흐름과 각종 투자상품을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이 들면서 어느틈에
날카로운 기운이 몸 한구석에 뱄다.

그가 재테크 전문가가 된 것은 재테크가 은행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고객들은 수익을 가장 많이 내 줄수 있는 은행들을 찾을 것이고 따라서
은행들의 생존도 재테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엔 "자존심 때문에 차마 남보다 더 고개를 숙일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술을 잘 먹는 것도 아니어서" 예금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한몫
했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전문가가 됨으로써 개인 경쟁력을 높이자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일찌감치 재테크 전문가로 성장하기로 결심한 그는 재테크와 관련된 부서들
만 찾아다녔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하자마자
경제분석팀에서 경제동향에 대한 조사분석업무를 익혔다.

90년엔 증권부에서 채권업무를 맡았고 91년부터는 국제부에서 외환관련업무
를 담당했다.

92년 서울 수송동 지점에 근무할때는 인근 인사동에서 고서화나 그림 등에
대한 안목도 키웠다.

고서화나 그림도 훌륭한 담보이기 때문이었다.

부동산을 보는 눈도 키웠다.

덕분에 예금상품 주식.채권 부동산 달러화투자 미술품 등 거의 모든 재테크
수단을 섭렵할 수 있었다.

지점에서 개인고객들에 대한 투자상담으로 인기를 얻던 그는 94년 상품개발
팀장을 맡으면서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
하는데 주력했다.

아예 95년 12월부터는 PB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재테크 상담에 나섰다.

하나은행 각 지점에 나가 있는 PB 팀원들을 교육하는 동시에 개인 고객들의
투자상담을 해주고 있다.

하나은행 PB팀이 관리하고 있는 예금은 5조4천억원대.

그의 말 한마디에 증권이나 부동산시장이 출렁거릴 정도가 된 것이다.

문 팀장은 TV나 재테크 강연회 외에 신문 잡지 서적 등에 기고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언제나 한가지 원칙만은 꼭 지킨다.

고객 사정에 맞춰 다양한 재테크 수단 가운데 가장 적합하고 유리한 상품을
추천해 준다는 원칙이다.

"경쟁 금융기관 상품을 깎아내리고 자기네 것만 유리하다고 하면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가로서의 생명은 끝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언젠가 그는 개인고객에 포트폴리오 차원서 보험상품을 추천하면서 보험사
에 동행한 적이 있다.

문 팀장은 그 자리에서 해당 보험상품에 가입금액 한도가 있다는 점을
지적, 이를 모르고 있던 보험사 직원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1년간은 투자수익률로 볼때 금융상품이 유리하다고 보는 문 팀장
이지만 주식시장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주가가 많이 올라 조정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또 다시 오름세를 유지하리라는
것.

부동산 경기는 침체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집없는 사람이라면 지금
사놓는게 유리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변동도 없을 것으로 보여 달러화 투자는 그다지 유리
하지 않다고 덧붙엿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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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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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