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미국 금리결정 감상법'..만병통치 기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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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주사위를 어디로 던질 것인가.
오는 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회의 결과에 월가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 회의에서 결정될 FRB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여부에 따라 향후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향방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뉴욕 증시처럼 전형적인 금융장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금리의
움직임이 더욱 민감한 관심사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뉴욕 증시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
를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금리인하 덕분이었다.
지난달 15일 FRB가 "기습적으로" 0.25%포인트의 2차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16%나 뛰어 올랐다.
월가의 희망사항은 이번에도 역시 추가 금리인하다.
모처럼 회생의 불꽃을 지핀 증시가 순항을 계속하기 위해선 금리 추가인하
라는 "연료"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실물경제가 위축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라도 활황을 보여야
"글로벌 난국" 타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월가 관계자들의
논리다.
지난 3.4분기중 제조업 부문에서 5만명의 일자리가 증발되는 등 실물부문의
부진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금리인하의 당위론을 한몫
거들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미국의 실질금리가 역대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
역시 금리인하가 필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에서 인플레율을 뺀 실질 금리가 요즘 과거 평균치
인 연 2.5%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된 상황이라면 몰라도 요새처럼 불황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 때에는 당연히 실질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들만 보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논란의 필요가 없는 문제로
인식될만 하다.
전통적 반인플레주의자인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고집"을 꺾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의회연설에서 시기를 못박지 않았을 뿐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인하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곤경을 치유할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섣불리 금리만 자꾸 내리다가는 되레 문제의 본질만 호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안팎의 실물 경제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세계경제 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과 불신 때문인데 금리를 더
내린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환투기 규제 등 국제금융시스템의 수술 없이 금리인하와 같은 대증적인
처방을 남용할 경우 증시의 "금융장세 현상"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벤저민 프리드만 하버드대 교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해 잔뜩 부풀려져 온 뉴욕 증시의 최근
양상은 바로 그런 위험성을 보여주는 실례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자칫하다가는 "주가 유지"를 위해 금리의 연쇄인하라는
덫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실물 성적표를 감안할 때 요즘의 미국 주가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거품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금융기조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속도조절"은
필요하다는게 추가인하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사실상의 세계 중앙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FRB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금리결정 회의에서 이같은 양론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
오는 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회의 결과에 월가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 회의에서 결정될 FRB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여부에 따라 향후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향방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뉴욕 증시처럼 전형적인 금융장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금리의
움직임이 더욱 민감한 관심사다.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뉴욕 증시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
를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금리인하 덕분이었다.
지난달 15일 FRB가 "기습적으로" 0.25%포인트의 2차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16%나 뛰어 올랐다.
월가의 희망사항은 이번에도 역시 추가 금리인하다.
모처럼 회생의 불꽃을 지핀 증시가 순항을 계속하기 위해선 금리 추가인하
라는 "연료"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실물경제가 위축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라도 활황을 보여야
"글로벌 난국" 타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월가 관계자들의
논리다.
지난 3.4분기중 제조업 부문에서 5만명의 일자리가 증발되는 등 실물부문의
부진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금리인하의 당위론을 한몫
거들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미국의 실질금리가 역대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
역시 금리인하가 필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에서 인플레율을 뺀 실질 금리가 요즘 과거 평균치
인 연 2.5%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된 상황이라면 몰라도 요새처럼 불황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 때에는 당연히 실질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들만 보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논란의 필요가 없는 문제로
인식될만 하다.
전통적 반인플레주의자인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고집"을 꺾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의회연설에서 시기를 못박지 않았을 뿐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인하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곤경을 치유할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섣불리 금리만 자꾸 내리다가는 되레 문제의 본질만 호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안팎의 실물 경제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세계경제 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과 불신 때문인데 금리를 더
내린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환투기 규제 등 국제금융시스템의 수술 없이 금리인하와 같은 대증적인
처방을 남용할 경우 증시의 "금융장세 현상"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벤저민 프리드만 하버드대 교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해 잔뜩 부풀려져 온 뉴욕 증시의 최근
양상은 바로 그런 위험성을 보여주는 실례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자칫하다가는 "주가 유지"를 위해 금리의 연쇄인하라는
덫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실물 성적표를 감안할 때 요즘의 미국 주가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거품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금융기조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속도조절"은
필요하다는게 추가인하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사실상의 세계 중앙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FRB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금리결정 회의에서 이같은 양론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