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태평양의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대부분의 APEC회원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성장률이 플러스인
나라도 수치는 갈수록 둔화추세다.

"태평양 시대가 열린다"는 얼마전의 구호는 "아시아를 본받지 말라"로
바뀌었다.

APEC회원국중 올해 플러스 성장세를 보일 만한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중국 대만 등 극소수다.

최근 각종 연구단체들의 전망치를 분석하면 아시아권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것이 분명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다소간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다른 돌발적인 악재가 생긴다면 이 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와튼경제연구소(WEFA)의 세계경제 시나리오 중 비관적 상황을 보면 세계
경제는 내년에 0.2%의 제자리 성장을 보인다음 2000년에나 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시아는 이제 고비를 넘긴 것인가.

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지속되고 디플레도 서서히 바닥을 넘어서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호전인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금융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것인가.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회원국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상황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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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수출 감소, 기업활동 위축, 실업률 증가, 성장률 둔화 등 전형적인 경기후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당초 98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보다 1.87%포인트 낮은
5.48%로 잡았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이를 5.11%로 하향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다시 5% 미만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적극적인 경기조절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4.8%선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대만 증시 역시 이같은 경기불안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9천2백포인트를 기록했던 가권지수는 현재 7천선을 위협하고 있다.

대만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시아 지역의 경기급랭에
따른 수출급감.

지난 9월에는 작년 동기 대비 12.4%나 줄어든 95억1천만달러에 그쳤다.

수입은 1백3억8천만달러로 8천7백만달러의 무역적자였다.

무역흑자 신화가 깨진 셈이다.

특히 대만 수출의 "황금알"이었던 컴퓨터 부문의 올해 수출은 8.7%나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도산도 급증하고 있다.

대만 공상일보에 따르면 지난 9월 4백56개 기업이 도산,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7%나 늘어났다.

도산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실업자도 크게 늘어 실업률이 연초의 2.8%선에서
지금은 3.5%에 육박하고 있다.

신용경색도 심화되고 있다.

안펑철강, U랜드건설, 대만퉁렁금속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을 정도다.

증시와 은행권에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중견기업들인 퉁렁금속과
뉴매그니튜드그룹 판베스트그룹은 파산직전에 몰리고 있다.

정부가 혁신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대만경제의 현주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