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화죽시, 견죽불견인
기독불견인, 탑연유기신
기신여죽화, 무궁출청신

여가가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대나무만 보고 사람은 보지 않았다.

사람을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련히 자기 스스로를 잊었다.

그의 몸이 대나무와 하나가 되니 그 청신함이 그지없었다.

-----------------------------------------------------------------------

송 소식의 서조보지소장여가화죽시에 있는 말이다.

여가는 북송 때의 이름난 화가 문동의 자이다.

여가가 대나무를 그림에 있어 취한 태도는 예술작품 창작에 있어서의 최고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물아일치의 경지는 그림을 그릴 때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심미활동
에 적용될 수 있는 창작원리라고 할 수 있다.

연극.영화배우들의 연기나 각종 스포츠 선수들의 수련과정에서도 이와같은
경지의 몰입이 요구된다.

< 이병한 전 서울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