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스크린] '약속' .. 깡패와 여의사의 지독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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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진정한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멜로드라마이다".
한 영화평론가 던진 이 말을 영화 "약속"을 보며 되새기게 된다.
어법은 자조적이었지만 그만큼 만나서 살 부비며 살다 헤어지는 사랑이야기
가 한국영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도식적인 사랑놀음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해내느냐, 그것이 영화흥행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약속"은 인기 희곡작가 이만희의 96년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금홍아 금홍아"를 연출했던 김유진 감독
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소재는 깡패두목과 여의사의 비극적인 사랑.
진부한 소재이지만 영화는 "신씨네 제작"이라는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웃음
부터 울음까지 다양한 포장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조직폭력배 상두(박신양)가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며 이뤄지지 못할
"약속"은 시작된다.
상두는 주치의 희주(전도연)의 당찬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선물공세를 펴고 운전면허증까지 위조해준다.
서투르고 풋내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다는 식의 구애
가 웃음을 유발하며, 한편으론 "언젠가 지독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여성관객
의 심리를 파고든다.
두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그것은 이별의 시작이다.
상두는 반대파의 두목을 살해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든다.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쓴 부하를 구하기 위해 상두는 자수를 결심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희주를 찾은 날.
두사람은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 가슴아린 비장미는 끝내 관객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만다.
영화는 자칫 삼류 멜로영화로 흐르게 될 함정을 재치있게 피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오락물로 만들어졌다는게 시사회장의 분위기였다.
대중성을 강조한 만큼 "속깊은 맛"이야 없지만 "달콤함"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김유진 감독은 깡패와 여의사의 사랑이라는 허구의 간극을 섬세한 심리묘사
와 잡다한 설명을 삭제한 빠른 스토리 전개로 절묘하게 매워냈다.
박신양과 전도연, 두 배우 역시 강하면서도 여린 구석을 가진 배역의
복합적인 성격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의리있는 부하깡패 엄기탁역의 정진영도 섬세함이 부족한대로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제일 큰 공은 시나리오가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대사와 인물설정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만 관객을 끝내 울리고야 말겠다는 듯 후반부의 이별장면이 늘어지는게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 요인이 되고 말았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
한 영화평론가 던진 이 말을 영화 "약속"을 보며 되새기게 된다.
어법은 자조적이었지만 그만큼 만나서 살 부비며 살다 헤어지는 사랑이야기
가 한국영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도식적인 사랑놀음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해내느냐, 그것이 영화흥행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약속"은 인기 희곡작가 이만희의 96년작 "돌아서서 떠나라"를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금홍아 금홍아"를 연출했던 김유진 감독
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소재는 깡패두목과 여의사의 비극적인 사랑.
진부한 소재이지만 영화는 "신씨네 제작"이라는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웃음
부터 울음까지 다양한 포장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조직폭력배 상두(박신양)가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며 이뤄지지 못할
"약속"은 시작된다.
상두는 주치의 희주(전도연)의 당찬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선물공세를 펴고 운전면허증까지 위조해준다.
서투르고 풋내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다는 식의 구애
가 웃음을 유발하며, 한편으론 "언젠가 지독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여성관객
의 심리를 파고든다.
두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그것은 이별의 시작이다.
상두는 반대파의 두목을 살해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사랑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든다.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쓴 부하를 구하기 위해 상두는 자수를 결심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희주를 찾은 날.
두사람은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 가슴아린 비장미는 끝내 관객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만다.
영화는 자칫 삼류 멜로영화로 흐르게 될 함정을 재치있게 피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오락물로 만들어졌다는게 시사회장의 분위기였다.
대중성을 강조한 만큼 "속깊은 맛"이야 없지만 "달콤함"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김유진 감독은 깡패와 여의사의 사랑이라는 허구의 간극을 섬세한 심리묘사
와 잡다한 설명을 삭제한 빠른 스토리 전개로 절묘하게 매워냈다.
박신양과 전도연, 두 배우 역시 강하면서도 여린 구석을 가진 배역의
복합적인 성격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의리있는 부하깡패 엄기탁역의 정진영도 섬세함이 부족한대로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제일 큰 공은 시나리오가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대사와 인물설정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만 관객을 끝내 울리고야 말겠다는 듯 후반부의 이별장면이 늘어지는게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 요인이 되고 말았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