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중국은 오는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다.

이를 계기로 21세기 국제 정치.경제무대의 중심부로 등장하겠다는게 중국의
야심이다.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로 볼 때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2015년쯤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야심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중국의 정치.경제.사회체제가 아직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중국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주룽지 총리는 지난 3월 총리취임사에서
행정 기업 금융분야의 과감한 개혁청사진을 발표했다.

21세기 성장을 위해 국가 체제를 뜯어 고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개혁안은 정치.경제의 비효율성을 도려내겠다는게 골자였다.

주 총리는 우선 행정 분야에서 3년이내에 공무원 수를 50%까지 줄여
"철밥통"부터 깨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분야에서는 부실 국영기업의 적자비율을 지금의 40%선에서 20%로 줄이고
적자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기업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총리는 이와함께 금융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부실 은행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방안은 아직 정치.경제적인 장애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정치 분야에서 당내 보수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군부 기업들에 대한 해체명령은 군지도층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부패구조를 일소하는 것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주 총리는 이를 반영, 지난 9월말 "지금과 같은 복잡한 정치.경제체제
하에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베이징의 정치 평론가들은 "중국이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내부의 "자기 정화기능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주 총리의 경제분야 개혁정책은 주변여건등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양상이다.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감소 및 내수 부진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고 이것이 개혁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개혁의 요체는 한마디로 정치.경제분야의 "감량"이다.

실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시지역 실업률이 이미 10%선을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이를 몰아붙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금융분야 개혁작업은 어느 정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다.

인민은행이 최근 광둥국제신탁투자공사를 폐쇄한게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2백44개 투신사를 비롯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실질적으로는 파산상태
(기술적 파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전문가인 미국의 니콜러스 라디는 "금융분야 취약성은 중국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며 "중국이 경제력 면에서 2000년대초 미국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 경제수치만을 고려한 착각"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이 해결해야할 또다른 과제는 지역별 경제수준 및 주민들의 소득수준
격차다.

중국의 전반적인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광둥성 푸지엔성 등 개방도시가
밀집된 지역은 10%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농촌지역은 긴축 정책 여파로 생활이 악화되고 있다.

농민들의 무작정 도시 이주(맹류)가 계속되고 있다는게 이를 말해준다.

이는 곧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21세기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다른 요소는 일부 민족의 독립 움직임
이다.

특히 달라이 라마가 주도하고 있는 신강위구르 자치구의 분리 움직임은
위협적인 요소다.

이는 미국의 인권정책과 어울려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어렵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21세기 세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추진된 개혁정책보다 더 많은 시련을 겪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