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전역에서는 1만여개의 한국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칭다오 톈진등지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만큼 성공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굳이 찾으라면 일부 요식업소와 극소수 제조업체 정도다.

그러나 베이징 삼성 플라스틱 유한공사는 제조업체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의 김기범 사장은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라며 "주문을 받아놓고
물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93년 중국에 진출한 이 회사는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와이셔츠를 비롯한
섬유제품 포장용 폴리백과 쇼핑용 비닐가방을 생산하고 있다.

베이징삼성플라스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등지에 고정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중국내 관련제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 자국이나 미국 등지로 수출할 때 이
회사 포장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까지 이 회사가 받은 오더의 90%정도를 일본 기업들이 차지했을
정도다.

이 회사는 초기에는 해외수출에 치중해왔으나 그 과정에서 중국 내수시장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지난해말부터 중국 내수시장에 눈을 돌렸고 중국 기업들의 주문량도
예상외로 컸다.

일본 기업에 납품한다는 얘기를 들은 중국 내몽고의 알도스 캐시미어는 매월
50만장의 포장용기를 주문해왔다.

세계 유명캐시미어 제조업체답게 결제조건도 좋았다.

15일 이내에 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크고 작은 중국 기업들로부터의 주문도 밀려왔다.

적게는 5천장 내외에서 많게는 40만~50만장의 주문이 수두룩했다.

지금도 상하이와 베이징의 대형백화점 등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베이징삼성플라스틱은 그러나 중국고객을 앉아서 기다리지는 않는다.

김사장은 적극적으로 중국고객 확보에 뛰어들었고 지난 6월 베이징 국제
전시센터에서 열린 문구박람회에 1백여종의 패션백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청소년을 겨냥한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쇼핑백은 만드는대로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9월에 열린 상하이 전시회에서도 중국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에는 현재 이렇다할 포장용기 제조업체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독점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소비자들은 투명성과 광택을 지닌 포장용기를 아주 선호하는데 품질
까지 그들의 구미에 맞으니 더할 나위 없다.

결국 매출액이 늘 수밖에 없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1백80만달러)보다 11%가량 늘어난 2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것은 주문은 밀려 있으나 생산시설이 부족해 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삼성플라스틱측은 서울본사(삼성화학진흥기업)의 결정이 나는 대로
생산시설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본사는 기술개발과 고급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베이징공장은 일반 제품의
생산판매에 치중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화학진흥기업이 1백20만9천달러를 단독 투자한 1백% 한국기업
이다.

현지 종업원은 80명이고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관리와 기술직에 각각 3명
씩이다.

김사장은 "대도시 전시회에 출품할 때마다 현장에서 쇼핑백 등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오더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시점에서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 = 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