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국교수립 이후 한국과 중국은 뗄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 중국이라는 사실이 이같은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기업들의 중국 투자건수는 지사나 사무소를 포함해 지난 7월말 현재
8백47건으로 미국(4백45건) 유럽(3백57건) 중남미(1백99건) 러시아.동구
(1백68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전체 해외진출 건수 3천6백37건중 중국이 23.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투자대상국이다.

중국내 투자지역은 주로 해안의 경제특구에 집중돼있다.

칭다오가 3백17건(37.4%)으로 가장 많이 진출해 있고 톈진 1백37건(16.2%),
상하이 1백6건(12.5%), 다롄 1백1건(11.9%), 광저우 74건(8.7%)의 순이다.

이처럼 중국이 짧은 시간내 국내기업들의 최대 투자국이 된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노동력도 저렴하기 때문.

물론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형성된 광대한 시장도 큰 요인이 됐다.

중국 진출 기업들은 전자 의류 피혁 제과 완구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업종에 걸쳐 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 상인들도 진출해 있는 정도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코닝 삼성전기가 현지에 공장을
가동중이다.

삼성전자는 톈진(VTR, 컬러TV), 후이저우(오디오), 쑤저우(냉장고,
전자레인지), 웨이하이(TDX, 팩스)에 생산거점을 갖고 있고 삼성전기는
둥관과 톈진에 컬러TV VTR 이동통신제품용 전자부품 공장을 마련했다.

또 삼성전관과 삼성코닝은 톈진에 브라운관 공장과 VTR용 로터리 트랜스
공장을 각각 가동중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정공이 광둥성 신후이시에 컨테이너 공장을,
현대석유화학이 광저우시에 유화제품, 현대전자가 다롄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LG화학이 저장성 닝보시에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합작공장을 지난 7월 준공했다.

총 투자금액은 7천만달러, 지분율은 75%로 연간 5만t의 ABS수지를 생산해
중국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톈진에 연산 10만t 규모의 폴리염화비닐(PVC)공장을 비롯 화장품
분산염료 치약 공장을 갖고 있으며 폴리스티렌과 발포폴리스티렌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LG건설은 중국 주택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LG정보통신은 광둥성 우전관리국 산하 과학기술연구원(GPTAST)및 광저우
우전통신설비유한공사(GPTE)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무선가입자망
(WLL)공동개발및 생산.판매에 관한 협력에 합의했다.

LG산전은 광둥에 엘리베이터 및 전동공구 공장을, LG전자는 광둥과
후이저우 등에 가전제품 공장을 가동중이다.

LG전자부품도 후이저우에 전자부품 공장을 마련했다.

대우그룹은 (주)대우가 구이린시에서 버스공장과 호텔사업을 벌여놓았고
다롄에선 가방 및 텐트공장을 운영중이며 대우전자와 대우통신은 톈진에
각각 전자레인지, 청소기 공장및 팩시밀리 전화기 공장을 설립했다.

포항제철은 프랑스 유지노사와 공동으로 중국의 스틸하우스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포철은 종합상사와 공동으로 순더 등지에 철강재 가공공장을 운영중이다.

새한은 중국업체와 합작으로 톈진에 정수설비업체를 설립했다.

이밖에 중소업체인 대흥전자와 한성전자는 신후이와 톈진에 각각
전자부품인 콘덴서 생산공장을 가동중이며 해태제과는 포산시에 껌공장을
세웠다.

남대문과 동대문등 재래 시장 상가 3백여곳은 이달초 베이징의 천안문에서
10km쯤 떨어진 해전구 대학촌에 한국상품 도소매교역센터를 열었다.

숙녀복 아동복 액세서리등 한국상품을 전문취급하고 있으며 판매상을 위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남대문시장내 캐주얼 상가인 "프리미즈"상인들도 베이징 도시에 숙녀복과
결혼예복을 취급하는 5백평규모의 "프리미즈 타운"개설을 준비중이며 동대문
시장내 의류상가인 "해양엘리시움"도 하얼빈이나 창춘등지에 후보를
물색중이다.

이같은 중국 진출 열기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지고 국내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1천4백4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3.6%가 IMF 사태로 인해 현지경영이 매우 위축됐다고
응답했다.

본사 지원 축소에 따른 자금난, 한국 원부자재업체의 부도에 따른 원부자재
확보 차질, 한국기업 신용하락에 따른 자금조달 금리부담 증가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중국현지 근로자들의 월평균임금이 1천1백21위안(약19만원)으로
국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 1백26만원(96년기준)의 15% 수준에 불과해
중국투자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는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