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품의 고급화 이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국제섬유제조업자연합회(ITMF) 회장에 선출된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은 국내섬유업계의 생존전략을 이렇게 제시했다.

ITMF(International Textile Manufacturers Federation)는 94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국제섬유민간기구이자 세계섬유업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

국제적인 시야로 한국 섬유산업의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볼때 "장밋빛만은
아니다"는게 서 회장의 평가다.

내수붕괴로 수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호황이라던 미국과
유럽마저 침체의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수출도 여의치 않다.

동남아 중국 일본등 아시아시장이 무너진 것은 오래전이다.

더욱이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에 따라 오는 2003년부터는 섬유무역의
쿼터제가 철폐된다.

그때부터는 완전경쟁상태로 접어들게 되는 것.

"터키 인도 등 후진국의 섬유설비 증설경쟁으로 공급은 넘치고 세계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드는 판에 쿼터라는 기득권 보호장치가 없어진다는 것은
국내섬유업계에 악재"란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전략은 "제품의 차별화뿐"이라고 서 회장은 강조한다.

"고부가가치 차별화 제품을 개발해 고가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대량생산하는
일반제품의 품질도 높여 저가의 동남아산 제품을 따돌리는 것만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란 얘기다.

서 회장이 제안하는 또 한가지 전략은 섬유업계의 전방위 협력체제구축.

현재 세계 섬유의 흐름은 복합섬유개발이다.

면+폴리에스터+스판덱스, 울+레이온+면 등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혼방섬유가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혼방섬유 개발분야에서 한국은 일본과 이탈리아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그 이유중 하나가 화섬 면방 염색및 가공등 다양한 분야의 섬유업계간
공조체제가 허술한 것.

그러다 보니 공동기술개발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ITMF는 면방업계가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섬유기구지만 미국 유럽 일본
대만등은 화섬과 면방업계가 공동으로 회원에 가입돼 있죠. 그만큼 양업계간
협력관계가 돈독합니다. 주요 섬유생산국중 화섬업계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서 회장은 앞으로 2년간의 ITMF회장 재직기간중 화섬협회를 회원사로
끌어들여 국내에서도 면방과 화섬업계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첫
과제로 꼽았다.

화섬뿐 아니라 원료메이커 의류업체 등 섬유업계의 수직 네트워크를 단단히
엮는 것도 서 회장의 숙제다.

서 회장은 그러나 섬유를 사양산업으로 분류, 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대출을 중단하는 금융업계의 관행이 고쳐져야 섬유업계의
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망업종에도 부실기업이 있고, 사양산업에도 유망업체가 있게 마련이죠.
모든기업을 사양업종이란 틀에 집어넣는 것은 우량기업까지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는 일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