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열리는 아.태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역대 회의중 가장
성과없는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회의를 앞두고 주요 의제인 무역자유화에 대해 회원국간 이견이 속속
표면화 되고 있어서다.

태국의 수린 핏수완 외무장관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태국은 APEC이
설정한 무역자유화 시한을 지킬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무역자유화 계획의
이행을 유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태국 외에도 많은 나라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에서 시장개방을 강행할 경우 각국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회의 개최국인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의 누르딘 소피에 소장도
기자회견에서 "무역자유화가 모든 나라의 경제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말레이시아가 무역자유화 계획을 유보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앞서 지난 6일에는 일본이 작년 밴쿠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개
분야별 조기자유화 계획중 임산물과 수산물의 관세인하를 지킬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일본은 대신 완구와 에너지 등 다른 품목의 관세 인하폭을 기존
합의내용보다 4-5배 확대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미국측은 즉각 "이번 APEC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 책임은 일본에 돌아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닉 민친 호주 산업장관도 8일 "APEC 회원국들은 자유무역에 대한
약속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며 일본의 임.수산물 보호정책을 비난했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경제분석가인 팁토노 다르마디
박사는 "현재 APEC 회원국들이 각자의 정치.경제적 문제를 너무 많이 안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적어도 무역자유화와 관련해서는
획기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