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폴리마는 김포에서 방수제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이세춘 사장(54)은 올해초부터 은행거래를 끊었다.

이 사장이 은행돈을 쓰지 않는 것은 "금융"을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년 이상 사업을 해온 그가 금융거래의 이점을
잘 모를리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우리의 중소기업 여건에서 은행돈을 쓰는건 바보짓
이나 다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구조개선 자금의 실제 금리가 연 12%선을
넘어서는데 그런 자금을 쓰는건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올들어 이 사장처럼 은행거래를 끊어버린 중소기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창의메디칼을 비롯 세호인쇄 전양사 원석시스템 등이 은행거래를 끊어
버렸다.

특히 지금까지 은행돈을 많이 쓰고 있던 기업들도 은행돈을 갚기에 바쁘다.

은행돈이라면 무조건 많이 확보해 놓고 보자는 식의 태도에서 급변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은행돈 안쓰기 바람은 구조조정과도 관련된다.

대외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부채비율을 낮추는 첫번째 방법으론 벤처캐피털의 도입을 추진한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직접금융에 속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은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자본비율이 올라간다.

올들어 이같은 방법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인 중소기업은 윤성산업
연희정보통신 아세아네트워크 라이텍산업 명화엔지니어링 등 2백30여개
업체에 이른다.

두번째론 주식매각방식을 쓴다.

은행돈을 빌려쓰면 부채비율이 높아지지만 주식을 증자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부채비율은 낮아진다.

대동엔지니어링산업등 중소기업들이 주식을 팔아넘기는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동성화학처럼 해외기업에 주식을 팔아 외화자금을 마련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경향이다.

세번째 유형은 적자부문을 팔아버리거나 폐업하는 방식.

오폐수처리업체인 상영엔지니어링의 경우 기계사업부문을 에스엔에스지에
설비값에도 못미치는 8천만원에 팔아버렸다.

물론 일부부채는 에스엔에스지가 책임진다는 조건이었다.

이처럼 은행돈을 활용하지 않고 돈을 구하는 경영전략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중소기협중앙회의 한기윤 조사처장은 "그동안 무조건 은행에 의존해 왔던
것도 문제이지만 요즘처럼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등을 돌리려는 경향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다시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정책
자금의 금리를 연 9%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이치구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