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1백7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된 지구 온난화를 막기위한 기후변화협약 제4차 총회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확대와 배출거래제도의 구체적 시행방안 등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어느때 보다 관심을 끈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총회에서는 온실가스에 대한 감축목표를 정하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38개국을 의무감축국으로 지정했으나 한국은
다행히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
중국 멕시코 등을 의무감축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한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한국이 만약 이번 회의에서 2008~2012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하는 1차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경우 국가경제와 산업은 엄청난 충격을 피할수 없게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년 수준으로 동결한다해도 2010년께는
경제성장률이 1%선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산업연구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가능한 한 "자발적 감축국가"로 오래 남아있을
필요가 있다. 물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서 예외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IMF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내세우고 멕시코 중국 등과
공동전략을 편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이번 총회에서 또하나의 핫 이슈가 될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도 시행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보다 확고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교토총회에서 도입원칙이 정해지긴 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두고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차이가 커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온실가스 배출권리를 상품처럼 국가간에 사고팔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언뜻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선진국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개도국들의
배출권리를 무차별적으로 매점할 경우 개도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가
없어 산업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게 된다. 따라서 배출거래제도 보다는
선진국들이 재정이나 기술지원으로 개도국의 온실가스를 줄여주면
그 감축분만큼 선진국이 배출권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청정개발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이번 회의에서 1차 의무감축국에 편입되지 않는다해도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3억5천3백만t으로 세계 12위인 상황에서
국내경제사정만을 내세우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앞으로 한국에 대한 환경압력은 갈수록 거세질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자체 개발해
급증하는 국내외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전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환경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해 착실하게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