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정감사도 예년의 "하나마나"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경제관료나 기업인 출신 의원들의 활약은
그런대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는 경제인 출신들이 가급적 정치적 공방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정책질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재경위에서는 국세청차장과 주택은행장을 지낸 국민회의 장재식의원은
환율정책의 문제점과 향후 금융정책의 방향등을 놓고 재경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을 세차게 질책하면서도 많은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엄청난 예대마진과 관련, 전철환 한은
총재를 몰아세웠다.

(주)대우상무를 지낸 국민회의 박정훈 의원과 쌍용출신의 정세균 의원도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와의 괴리 문제를 날까롭게 지적하고 있다.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 출신의 자민련 정우택 의원도 경제학박사답게 깊이
있는 질의를 벌이고 있다는 평이다.

재무부세정차관보 출신의 한나라당 나오연 의원은 기업및 금융기관 구조
조정 과정에서의 "신 관치주의" 흐름을 경고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하루도
빠짐없이 질의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경제수석과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한의원 의원은 무소속이라
언론 등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는 편이다.

정무위에서 자민련 이인구 의원은 건설회사(계룡건설)를 직접 경영했던
경력에 걸맞게 풍부한 실물경제 경험을 토대로 매서운 질의를 벌이고 있다.

수감기관 직원들이 수치를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린 대답을 하면 즉석에서
이 의원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이 의원은 특히 일반국민과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건설이나
세제분야에서 피부에 와닿는 규제철폐 방안을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산업자원위의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벤처기업인" 출신답게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에 대한 감사에서 벤처기업 지원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전자부품 수출입업을 해온 김 의원은 창업투자사들이 투자를 늘리기는 커녕
기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등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이 "현장"에서는 겉돌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상공부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나라당 한승수 의원과 농림수산부장관
환경부장관 경력의 한나라당 강현욱 의원은 수출활성화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제언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의원은 수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어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훈수"했다.

강 의원은 수출 극대화 방안으로 대기업에게도 무역금융 확대지원을
한시적이나마 허용하고 신용보증기금의 무역금융 신용보증한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무벨트 분야의 선두업체이면서 "알짜" 기업으로 알려진 동일고무벨트의
대주주인 건교위 소속 한나라당 김진재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날카로운
질의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시에 대한 국감에서 김 의원은 규정을 무시하고 부산시가 환경영향평가
를 면제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당시 여야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자민련 이태섭 의원의 활약도 돋보인다.

미 MIT 공학박사 출신으로 과기처장관을 역임한 4선의원 답게 수감기관의
아픈 곳을 파헤치기 보다는 정책 제시에 열심이라는 평가다.

이 의원은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국민의 60%가 컴맹이고 80%가 "넷맹"인 실정"이라며 "정보활용 대중화 방안"
마련을 정부측에 촉구하고 있다.

< 양승현 기자 yangsk@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