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주)(옛 미원)방 학동공장의 여사원 모임인 "늘푸른회"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누가 처음에 모임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어도 항상 푸르름을 가꿔나가자"는 취지는 지금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늘푸른회는 대상(주)의 지역 본부별로 만들어져 있는 여사원모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대상 본사가 방학동공장에 있었을 때는 "푸른 동산회"란 이름으로
불우사우돕기, 영아원방문, 바자회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그 뒤 본사가 신설동으로 이전하면서 여러차례 변천을 겪다가 지난해 다시
늘푸른회로 이름을 바꿔 새로이 탄생했다.

봉사활동을 주로 하는 늘푸른회로서는 IMF한파로 인한 타격이 어떤 동아리
보다 더 컸다.

기부금 조성이나 바자회 등으로는 활동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회원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해낸 것이 지하철 정액권 판매였다.

우선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하철 정액권을 팔았다.

또 간식 속옷 등도 판매해 수익금을 모아 나갔다.

그리고는 인근 아파트부녀회에서 추천받은 소년가장 남민이 집을 찾아
위로도 하고 생활도 도와주었다.

이밖에 매 분기마다 소년소녀가장 1명에게 장학금과 쌀을 전달해오고 있다.

회원들은 특히 남민이를 보면서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거창한 행사를 여는 것 보다는 정성을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욱
소중하다는 것도 피부로 느꼈다.

"늘푸른회"같은 여사원모임이 이런 봉사활동에 제격이란 자부심도 갖게
된 시간이었다.

마치 친동생처럼 소년소녀가장을 돌보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
현모양처는 따 놓은 당상인 것 같다.

방학동공장은 곧 지방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회원들 모두 각자 부서에서 남은 일처리에 정신이 없을 때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으로 도움을 줄 소년소녀가장을 생각하며 틈틈히
정액권 판매 등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공장이 이전돼 새 회원들로 늘푸른회가 구성되더라도 봉사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송윤옥 < 대상 방학동공장 영양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