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어서인지 1차때보다는 설렘이 덜한 표정이었다.
정명예회장은 방북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젯밤 고향가는 꿈을
꿔서 기분이 좋다"며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가봐야 알것
같다"고 말했다.
<>.정명예회장은 판문점 자유의 집에 도착한후 방북인사말과 간단한
기자회견을 한뒤 9시58분경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자유의 집에서
중감위회의실 앞으로 이동,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며 10시북측이 제공한
벤츠차량을 차고 통일각쪽으로 넘어갔다.
정명예회장은 중감위회의실내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지난6월의 방북 등을
회고하며 재방북의 감회에 잠기는듯 잠시 멈춰서기도.
정명예회장의 뒤로는 자유의 집에서 걸어서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앞까지
도보로 이동한 정몽헌 현대회장, 김영주 한국프랜지회장, 정명예회장의
동생인 정희영여사, 김윤규 현대대북경협사업단장 등이 따랐다.
<>.소운반 트럭은 차체앞에 대한적십자기, 옆면에 "정주영명예회장 방북소
운반차량"이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아날 오전 9시48분부터 판문점 군사분계선
을 넘어 북측에 인계됐다.
소떼를 싣고 온 현대직원들은 북측이 제공한 선물은 나누어 중감위 사무실과
군사정전위 사무실 사잇길을 통해 남쪽 지역으로 돌아왔다.
현대측 운전기사들이 받은 선물은 백두산 들쭉술, 인삼곡주 붉은별 담배
등이었다.
현대측은 북측 안내요원 3명에게 문배주 안동소주 시나브로 담배 한보루
등을 전했다.
<>.정명예회장의 2차 방북을 위해 26일밤 충남 서산목장을 떠난 소
5백1마리는 27일 오전 5시 20분께 41대의 트럭에 실려진채 임진각 주변
자유로변에 속속 도착.
차량조명을 환하게 켠 트럭들의 행렬은 3km나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장관을
연출.
현대측은 건강한 상태로 소들을 북송하기 위해 진정제와 항생제를 미리
주사하고 트럭 바닥에 깔린 볏짚을 소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6시간30분가량의 긴 여정에 지친 소들 일부가 드러눕는 등 피곤한 모습을
보이기도.
현대직원들은 기민하게 소들을 쓰다듬어 주고 미리 준비한 먹이를 주는 등
원기를 회복시키는데 안간힘을 쓰기도.
<>.통일대교부근에 마련된 환송행사장에는 현대그룹 직원들과 취재진,
실향민 등 1천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정회장 일행은 예정보다
20여분 가량 늦은 오전8시30분께 청색깃발을 단 다이너스티승용차를 타고
도착.
짙은 회색의 중절모를 쓴 정회장은 고령인 탓에 손녀의 부축을 받기도
했으나 환송객들의 박수와 축하에 일일이 손을 흔들며 답하는 등 시종
여유있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정회장 일행의 방북을 환송하러 나온 한국건우회 소속 최양임(64.여)씨는
"나도 황해도 연백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실향민"이라며 "북한으로 가는
소가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정회장은 잠시동안 환송객들의 축하박수에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한뒤 미리 준비한 소의 고삐를 쥐고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정회장은 김정일을 만날 계획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가벼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채 타고온 승용차에 다시올라 방북길을 재촉.
정회장을 태운차는 적십자기와 꽃다발등을 흔드는 환송객을 뒤로 한채 8시
40분께 통일대교를 건너 판문점으로 향했으며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
방북단이 탑승한 버스와 소.사료를 실은 트럭 50대, 북한에 선물할
다이너스티 승용차 20개가 뒤를 따르며 이동.
방북행사장을 출발한 정회장 일행은 9시 30분께 판문점 자유의 집에 도착.
비서진의 부축을 받으며 자유의 집 2층 귀빈실에 들어선 정회장은 10여분
동안 "정주영 명예회장 출발 인사말"을 한줄한줄 낭독한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명예회장이 몰고간 소 5백1마리는 5백마리에 1마리를 더 보태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되새긴 것으로 남북경협이 지속되길 바라는 뜻이라고
현대측은 설명했다.
암수 비율은 7대3 정도이며 5톤트럭 15대, 8톤트럭 35대 등 모두 50대에
나눠 실렸다.
< 파주=김희영 기자 songk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