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달" "옥이 이모"의 작가 김운경(44)씨가 돌아왔다.

"파랑새는 있다"를 끝낸지 1년여만이다.

그가 다시 펜을 잡은 작품은 31일 첫방송되는 SBS 주말극 "흐린 날에 쓴
편지"(연출 이종수).

"흐린 날은 IMF체제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뜻합니다.

하지만 희망이 묻어있는 따뜻한 편지를 써볼까 합니다"

드라마의 중심은 한식점을 운영하는 홍여사의 4남매.

연구소에 다니다 실직한 첫째,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발이 닳도록 뛰지만
실적은 신통치않은 둘째 등 뜻대로 일이 풀리지않는 집안이다.

민주투사를 자처하는 3류 정치가인 홍여사의 동생, 늘그막에도 오빠로
불러주길 바라는 서예학원장 등 극의 재미를 더하는 주변 인물들도 여럿
포진해있다.

김씨는 스타 한두명에 의존하는 드라마에는 질색이다.

대신 신인을 과감히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석규 이상인 등도 그의 작품에서 빛을 봤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김석훈 박윤현 이주현 김주혁 등 신인들을 줄줄이 캐스팅했다.

정혜선 이정길 김영철 전인화 등 탄탄한 중견 배우들의 뒷받침으로
안정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그는 현대 기계문명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 흔한 워드프로세서를 마다하고 아직도 원고지에, 그것도 답답한 칸이
없어 "자유로운"뒷면에 빽빽하게 글을 채워넣는다.

방송을 통해 물건을 사는 홈쇼핑이란 것도 그에겐 마뜩찮다.

천천히 사람 구경하며 흥정하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인간미를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수더분한 외모뿐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천상
"서민의 것"이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