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신용경색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환란을 겪고 있는 나라 뿐 아니라 싱가포르 대만 홍콩 중국 등 외환위기를
비켜간 나라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외신들은 27일 아시아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줄이거나 회수에 나서 기업들이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본등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지원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경기가 내년 중반께는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었으나 지금과 같은 신용위축 현상이 이어질 경우 아시아의
회복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들이 자금운영을 보수화하고 있는 것은 부실급증으로 자금여력이
위축된데다 중국광둥투자신탁공사(GITIC) 폐쇄로 불안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태국의 경우 금융경색 완화조치를 잇달아 취했으나 7월말 현재 태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잔고는 연초에 비해 9% 감소했다.

현재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이 대출총액의 4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국정부는 지난 9월말 방콕상업은행의 예금등 우량자산을 쿠른타이은행
으로 넘겼고 금리를 한자리 수로 떨구었으나 대출위축은 지속되고 있다.

이로인해 추가적인 은행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에서도 통화공급 증가율이 급속 둔화되고 있다.

7월말 은행 대출잔고는 연초에 비해 4%정도 줄어들었다.

이같은 신용수축으로 올해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에서도 금융기관의 대출회수가 가속화되고 있다.

홍콩달러에 대한 헤지펀드의 투기성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졌지만 금융기관들이 부실증가를 우려해 신규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홍콩의 올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4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GITIC의 도산도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몸을 사리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GITIC 파산이후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외화대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파산한 국내금융기관이
외국은행으로 부터 받은 융자를 중국정부가 구제해줄 것이라고 믿지 말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인해 미국 일본 유럽금융기관들은 다른 신탁투자공사에 대한
신규융자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