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이 다소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장기불황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제성장률둔화, 수출부진, 실업자증가, 금융시스템불안 등 곳곳에서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0월24일자)에서 "다음차례는 중국, 적색경보
발령"이라는 타이틀로 중국경제의 위기상황을 커버스토리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위기 상황에서도 그동안 안정된 모습을 과시해온
중국경제에 최근들어 균열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중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화두가 "얼마나 튼튼한가"에서
"얼마나 약한가"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그 충격은 "일본의 장기불황
이 세계경제에 주고 있는 충격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기침체는 위안(원)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 성장률 둔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경제성장률은 목표치(8%)에 미달하는
7.2%에 그쳤다.

일견 이 성장률은 상당히 높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인구 등을 감안할 때 경제가 안정되려면 성장률이 최소한 8%는 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올해 마지막 분기인 4.4분기 성장률은 3-4%로 급전직하 될 전망이다.

중국경제로서는 이 성장률은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 실업자 증가 =현재 8백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완전실업자수가 내년에는
1천8백만-2천만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할때마다 신규 실업자 5백만명이
생긴다.

인구의 도시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실업자 급증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치불안을 몰고 올 위험이 크다.

<> 수출 둔화 =아시아위기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9개월간의 수출증가율은 4%도 채 안된다.

작년 같은 기간의 20%에 비하면 수출이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수출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수출부진은 곧바로 경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디플레 조짐 =올들어 9월까지 소비자물가는 3% 하락했다.

소비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선진국과 같은 디플레 병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작년 두자리수를 기록했던 내수신장률은 올들어 지난 9개월간은
6.3%에 그쳤다.

지난 9월까지 국유기업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

같은 기간 재고는 9% 늘었다.

수출부진을 내수확대로 만회하려는 기업들은 더욱 곤란을 겪고 있다.

<> 금융시스템 취약 =지난달 광둥국제투자신탁공사(GITIC)의 파산은 중국
금융시스템이 총체적인 부실상태에 빠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현재 중국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액은 2천7백억-3천6백억달러로 GDP
(국내총생산)의 30-40%나 된다.

이 비율은 은행권 부실의 대명사인 일본의 30%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와함께 4대 국유은행중 상공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은 기술적으로 파산
상태다.

더구나 국유은행들의 자산수익률은 0.3%로 서방금융기관의 5분의 1도 채
안될 만큼 영업기반이 취약하다.

<> 높은 기업부채비율 =국영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가장 최근의 통계치인
지난 95년에 5백70%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대기업들의 부채비율보 높다.

지난 2-3년간 중국기업들이 외자를 집중 도입한 것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지금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이같이 높은 부채비율로 중국경제가 슬럼프에 빠질 경우 국영기업들의
정상경영은 불가능하다.

서방금융기관들은 이를 우려해 최근들어서 중국기업들에 대한 신규대출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