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예쁜 얼굴이 아니다.

낮은 코,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 튀어 나온 광대뼈.

어떻게 보면 촌스럽기까지 한 그저 평범한 얼굴이다.

명함판 사진만 들이밀었을때 그의 직업을 정확히 댈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복영(30)씨.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톱클래스의 패션모델이다.

그러나 그의 첫 인상에서 모델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설 자리가 없다.

화려함 과시욕 과장된 "끼"보다는 동양적 수줍음과 같은 표현들이 더 잘
어울린다.

그런 이씨가 어떻게 무대에서는 관능적인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고
"저 얼굴에 아무 옷이나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릴까"라는 디자이너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그것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달란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꾸준히
가꾸며 그 일에만 몰두하는 "프로 정신"의 힘이다.

이씨가 모델계에 데뷔한 지는 올해로 10년째.

그의 표현대로 "키(1백74cm)만 크고 공부는 못하는 "시골학교 여고생
이복영은 패션잡지 보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모델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라댔지만 전직 공무원인
아버지에겐 "천한 직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88년 모델라인 18기로 첫 발을 디뎠다.

온종일 거울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워킹 연습을 하는 것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마음대로 옷을 입고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늘 운이 좋았다고 한다.

대개 모델들은 3개월간의 학원 수업을 끝낸뒤에도 2~3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나마도 모델학원 동기생의 5% 정도만이 그 길에 들어설 수 있는 "좁은
문"이다.

그러나 이씨에게는 학원에서의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식 무대에
설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대형 패션쇼에 한 자리가 펑크났고 50여명에 이르는 전 동기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당당히 "대타"로 선정된 것.

그 당시 국내 모델중에서는 가장 다리가 길다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옷만
입혀 놓으면 숨어있는 끼가 살아나는 그의 재능이 일찌감치 디자이너들의
눈에 띄었을 터다.

이후 10년간을 오로지 한길만 달려왔다.

국내에서 열린 거의 모든 패션쇼에 섰고 파리 컬렉션(오트 쿠튀르) 도쿄
컬렉션과 같은 세계적인 패션쇼에도 10여차례 이상 참가했다.

지난 95년에는 국내 모델계의 최고 영예인 "베스트 모델"로 뽑혔다.

"유혹"도 있었다.

TV 드라마 출연 제의도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차피 탤런트보다 못할 연기, 허영심만으로 어줍게 뛰어들었다가 이미지만
구길까 싶어서였단다.

패션업계에서는 이제 그를 김동수씨를 잇는 2세대 "ET파"(공주파와는 달리
개성적인 마스크를 지닌 모델을 이렇게 부른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틈만 나면 수영 헬스 스키 등으로 몸매를
유지한다.

그러나 진짜 장수비결은 마음가짐.

"늘 밝은 마음"을 가져야만 얼굴도 사진이 잘 받고 몸매도 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너 많이 컸다"란다.

조금이라도 우쭐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항상 "처음 시작할 때"를 되돌아
본다.

아무리 일감이 많이 들어와도 하루에 한가지 이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

돈도 좋지만 시간에 쫓겨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이 싫어서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파워프로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부장(팀장)> 김정호 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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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