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영화 수입허용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인 21일.

미국의 영화직배사인 20세기폭스코리아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가게무샤"의 수입심의를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신청했다.

이 영화의 해외배급권을 갖고 있던 20세기폭스가 일본영화붐이 일어날 것을
겨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20년전 만들어진 흑백영화가 과연 흥행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국내 영화가에 또 한차례 일본영화수입열풍이 불어닥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충무로에서는 벌써부터 일본영화를 수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개방폭은 한.일 합작영화, 4대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에 한정됐지만
조만간 국제영화제 출품작, 일반 상업영화 등의 수순을 거쳐 일본영화가
완전개방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사정에 정통한 한 영화사 사장은 "도호 도에이 등 일본의 메이저영화사
들이 정상판매가격의 5~10배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막상 흥행이 될만한
영화는 10~20편에 불과해 과열수입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화사업은 비즈니스인만큼 수입가격이 높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영화계는 불과 1,2년전 경쟁적으로 할리우드영화 수입에 나섰다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던 쓰린 경험이 있다.

"내 돈이니 내 마음대로 한다"는 영화계 일부의 잘못된 의식이 국내 영화계
를 빈사지경까지 내몰았던 것이다.

일본영화 개방과 함께 또 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계 전체를 위한 업계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영훈 < 문화레저부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