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굉음이 진동하고 흙을 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 모습이다.

전망대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두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가슴 깊은 곳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개발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갖는 일종의 "향수"일까.

건설보다 자연보호가 더 강조되는 요즈음에도 고속도로 간척지 댐 산업단지
조성 등 국토개발의 현장을 즐겨 찾는 모임이 있다.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개발 보전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국토개발연구원의 "국토순례회"가 바로 그 주인공.

국토순례회는 지난 88년 5월 조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연구원들이 뜻을
같이해 만든 모임이다.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개발"과 "보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임은 매달 한차례씩 순례행사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백두대간의 명산과 사찰, 종교유적지, 대규모 간척지, 댐 건설지역
등 모두 50여곳을 순례했다.

생동감 넘치는 건설현장만 들르는 게 아니다.

환경오염과 개발의 후유증을 앓는 폐광지역, 지역개발로 분쟁이 일고 있는
곳 등도 방문해 건설적인 대안을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날쌘돌이"란 별명의 김영표 신임회장(국토정보센터 GIS단장)과
남해 및 금산의 관광개발지역을 답사했다.

고운 모래로 유명한 상주해수욕장에서는 속세 풍진을 털어버리듯 순례참여자
20명이 모두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든 추억도 남겼다.

이른바 "국토세례식"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10년동안 모임을 이끌어 온 서창원 초대회장(현 명예회장)은
타고난 체력에 "역마살"이 겹으로 낀 열정적 순례자이자 국토예찬론자다.

지난 89년 무박2일로 지리산을 종주해 "서울-지리산 무박2일 관광"방식을
전파한 장본인이다.

시적 감각도 뛰어난 서회장은 국토순례를 통해 느낀 감상을 "당신의
이야기"란 시집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국토순례회는 지금까지의 순례행사를 정리해 "가보고 싶은 국토, 머물고
싶은 국토"란 책을 펴낼 계획이다.

우리 국토의 "현장보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진홍 <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