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가격경쟁에서 탈피해 서비스경쟁으로 경쟁무대를 옮겼다.

작년 여름만해도 각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가격을 l당 10~20원 내리는
통에 휘발유 가격이 l당 9백25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출혈경쟁으로 손실이 늘어나 가격경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고 IMF체제 진입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가격경쟁이 더이상의
의미를 지닐수 없게 됐다.

서비스 경쟁의 더욱 근본적인 배경은 기름의 품질이 사실상 업체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데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내려도 정부가 자동차용 유류의 소비
억제를 위해 교통세 특별소비세 등 유류관련세금을 올려 오히려 전체적인
유가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현재는 l당 1천1백90~1천2백2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제불황으로 소비는 위축되는데 가격인하경쟁마저 정부가
가로 막고 있으니 판촉을 위한 서비스 경쟁을 통해 시장을 지켜나가자는게
정유업계의 생각이다.

정유업계의 서비스 경쟁에서는 선두인 SK주식회사를 앞지르기 위한
LG칼텍스정유의 노력이 단연 돋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한화에너지를 인수키로 한 현대정유가 업계 4위에서
3위로 한단계 올라간 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면서 시장도 넓히고 경영
내실화에도 치중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쌍용정유는 쌍용양회가 쌍용정유에 갖고 있는 28%의 지분을 외국자본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분매각 후에도 현재처럼 국내유통망을 운영할
가능성이 적잖아 역시 서비스경쟁에 달려들고 있다.

정유업계 서비스경쟁은 우선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넣는 곳이 아닌 세차
경정비 등 자동차 관련 부대서비스를 제공하고 택배나 사진 현상인화, 삐삐
및 개인휴대전화 가입을 의뢰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나아가 생필품 및 간식을 파는 편의점과 산지에서 직송된 농산물을 특판하는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물론 SK가 이동통신, LG가 이동통신 및 유통업에 진출해 있는 점이 이같은
현상의 배경이기도 하지만 이제 주유소는 유류판매소에서 종합적인 생활문화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유사는 월드컵개최 추석 설날 여름휴가철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을 십분활용해 기회가 닿는대로 갖가지 이벤트성 사은행사를 벌이고 있다.

고객의 직접적인 호응을 얻기 위한 밀착 마케팅의 하나로 볼수 있다.

한편으로는 주유상품권매출과 보너스카드 보급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두상품권이나 백화점상품권보다는 주유상품권이 받는 이에게 더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주유상품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실질적 정규고객이라 할수 있는 보너스카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여러가지 부가혜택을 주고 있다.

이같은 정유업계의 서비스경쟁은 가격경쟁을 대체하는 산물인 동시에
정유업계 전체의 사활이 걸린 피할 수 없는 과제로서 앞으로는 더 다양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