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내비게이션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완성차 메이커들은 물론 부품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 보급된 내비게이션은 2백만대.
미국이 2만대, 유럽 전체가 2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일본의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이미 단순히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사용하는 단계를 지났다.
대부분 내비게이션이 도로교통정보시스템(VICS)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VICS는 인공위성을 통해 흘러드는 정체정보와 규제정보 도로안내
주차장정보 등 주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에 받아 운전자에게
통보해주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길이 막히면 모니터에 정체구간이 표시돼 돌아갈 수 있다.
느닷없는 도로 보수공사로 낭패를 볼 일도 없다.
차를 대고 싶은 주차장이 만차인지 아닌지까지 모니터에 표시된다.
일본VICS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일본에 등록돼 있는 전체 차량의 25%에만
VICS 내비게이션이 적용된다해도 교통 원활화와 안전도 향상으로 국민경제적
이익이 10년간 5조7백3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효과는 교통체증 완화로 시간적 이익이 4조7천4백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표준화 경쟁도 치열하다.
대체로 3파전 양상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고
혼다-마쓰다 닛산-후지-미쓰비시가 연합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요타가 가장 먼저 차세대형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고
혼다연합과 닛산연합도 그 뒤를 잇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쟁도 치열하다.
현재 일본에서 시판되는 소프트웨어는 마쓰시타와 알파인이 장악하고
있다.
알파인은 기본성능과 사용편리성에서, 마쓰시타는 상세지도에서 장점을
갖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2000년 이후 연간 3백만대 이상의 수요가 생길 미국과 유럽지역
업체들과도 협력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도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시장성을 감안,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제적인 표준화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안에 VICS를 감안한 데이터베이스 분과회가 각국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면 국가와 제품의 틀을 넘어 지도 소프트의 호환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PC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는 누구나 제작이 가능하게 되며
결국 소프트웨어 싸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VICS에 이어 도요타와 닛산이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위한 쌍방향 정보서비스를 직접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극단적으로 자동차의 진행방향을 표시할 수 있는 장치만 필요할 뿐 지도와
각종 부가서비스는 정보센터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시로 지도 소프트를 새롭게 보완하는 비용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