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먹혀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렸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신용경색으로 목이 탄다고
아우성이다.

신3저(달러약세 국제금리안정 원자재값하락)가 왔다지만 수출은 5개월째
계속 줄고 꽁꽁 얼어붙은 소비도 좀체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답답하기는 정책당국도 마찬가지다.

20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기활성화 종합대책"을 보고하며 기존의 대책들을 열거해 놓고
"강력 추진하겠다" "적극 유도하겠다" "강화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 현장에서 안먹히는 대책들 =대표적인게 신용경색 완화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은행을 통해 환매채(RP)금리를 내리고 통화공급을
늘렸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으론 돈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9월중 은행들의 고유계정에서 나간 대출총액은 7조5천억원이
줄었다.

이달들어 지난 14일까지도 3조2천억원이 감소했다.

그나마 중소기업들은 연9%대로 떨어지 시장금리와는 별개로 연 15%이상의
고금리를 물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소비자금융 지원책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말부터 시중은행을 통해 3조2천억원을 내구재 구입자금과 할부금융
채권 매입 등에 지원키로 했지만 20여일이 지난 15일 현재 실제 지원액수는
2천3백57억원에 그쳤다.

겨우 7%정도 집행된 셈이다.

중도금용 주택자금 지원도 계획(4조2천억원)의 10%에 미달하는 4천65억원만
나갔다.

<> 문제는 뭔가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 탓이다.

기업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데다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은행은 대출에 소극적이고 개인들은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은행들은 금고에 돈이 넘쳐도 신규 대출에는 인색하다.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기업들에 돈을 대줄 만큼 용감한 은행원은 많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은행들이 인원감축 작업을 벌이고 있는 기간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은 남는 돈을 기업에 대출해 주는 대신 투자신탁회사
등에 맡겨 재테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경기대책은 시점이 중요하다.

한데 정부는 매번 실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왕에 경기부양을 할 바에야 확실한 대책을 내놓고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하는데도 산발적인 대책만을 내놓을 뿐이다.

당연히 수정 보완이 잦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방법은 없나 =정부가 무엇보다 "경기부양" 의지를 보다 확실히 천명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 희망을 찾도록 해줘야
소비와 투자가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을 신속하고도 확실히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함은
물론이다.

박용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찔끔찔끔 부양책을 내놓았다가 결국
경기회복에 실패한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은 구조조정대로 확실히 끝내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실물경제
침체는 과감한 부양책으로 복원시킨다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안개속에 뒤덮인 한국경제에 햇볕이 들 것이란 얘기다.

[ 경기 활성화 종합대책 ]

<>.신용경색 완화및 재정지출 조기집행

- 은행 책임경영체제 확립 - 성과급제도 활성화
- 중소기업 지원 실적 우량은행에 인센티브 부여
-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미달분을 비율 준수 은행에 배분

<>.소비및 투자 활성화

- 임시 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 관광숙박업, 정보처리및 컴퓨터
운용업 등 기업지원관련 서비스업으로 확대
- 민자유치제도 개편 - BOT 방식 허용, 투자수익률 상향조정
- 인프라 투융자회사 설립(초기자본금 5천억원)

<>.수출및 외국인투자

- 산업은행 무역어음할인 전담재원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
- 무역금융 지원대상에 중소무역상의 완제품 구입자금도 포함
- DA 거래에 대한 수출보험지원 확대(만기 2년이내까지 지원)
- 수출환어음 재할인 재원 마련을 위해 수출입은행이 5억달러 규모
채권발행 추진
- 관광산업도 외국인투자 대상에 포함(조세감면 3천만달러이상,
종합휴양업은 5천만달러)

<>.기타

- 일본 수출입은행 자금 30억달러 조기 조달
- 주택저당채권(MBS) 유동화제도 시행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