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단 한장의 음반도 남기지 않았던 "지휘봉의 마술사"

세르지우 첼리비다케(1912~1996)의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EMI)이 나왔다.

이 전집에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3~9번, 테 데움(찬미의 노래), F단조 미사
등 85년부터 95년까지 그의 지휘로 녹음된 브루크너 작품의 실황연주가
실려 있다.

브루크너는 그가 만년에 삶의 철학적 의미와 구도의 길을 찾기 위해
몰두했던 작곡가다.

연주는 79년부터 함께 한 뮌헨 필이 맡았다.

이 전집은 음악적 진실을 구현하기 위해 내면의 투쟁을 벌여온 그의 고독한
숨결을 잘 담아내고 있다.

템포가 느리면서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강력한 통솔력과 곡에 대한 확신이
결합된 개성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연주다.

특히 교향곡 9번은 그가 지휘한 최후의 브루크너 연주로 주목된다.

루마니아 출신인 그는 "음악은 그 자리,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고 생존시 단 한장의 음반도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직 연주현장에서 연주되는 음악만이 진짜라고 여기며 일체의 상업적
레코딩을 거부했다.

그는 나치 협력전과로 물러난 푸르트벵글러에 이어 45년~52년 베를린
필을 지휘했다.

복권이 된 푸르트벵글러가 54년 타계한 후 카라얀이 베를린 필의 지휘를
맡게되자 떠돌이 지휘자생활을 했다.

79년 루돌프 켐페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뮌헨 필의 상임지휘를 맡아
서유럽의 음악적 전통을 지켜왔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