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이냐, 낙찰 무효냐"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 3차 입찰 결과가 19일 오전 발표되지만 기아를 낙찰
업체에 곧바로 넘길 것이냐 아니면 낙찰을 무효화할 것이냐를 놓고 또
한차례 난항을 겪어야 할 것 같다.

채권단이 응찰업체들이 제시한 부채탕감 규모를 못받아들이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 낙찰자 선정을 무효 처리한뒤 수의계약을 통해
포드에 기아를 넘기려 한다는 소문이 강하게 나돌고 있다.

<> 현대-포드의 제휴 가능성 =낙찰을 자신하고 있는 현대는 일부에서 흘러
나오는 포드와의 수의계약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낙찰자로 선정된후 포드와 제휴해 낙찰자격을 유지하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2사 체제로 압축된다면 외자유치는
더욱 쉬워진다"며 "포드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들여오는 외자보다 더 많은
규모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가 낙찰자로 선정되면 반드시 외자유치를 통해 기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며 "기아 정상화는 국내 업체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포드도 기아에 투자한 지분을 인정해 주고 소형승용차를 안정적으로 공급
한다는 조건만 얻어낸다면 큰 불만은 없을 것으로 보여 제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부채탕감 규모가 문제 =인수자금 문제가 해결된다해도 채권단이 부채
탕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낙찰자 선정은 무효가 된다.

현대를 비롯한 대부분 응찰업체들이 7조원이 훨씬 넘는 부채탕감을 요구
하자 채권단은 수용범위를 넘어선다며 고개를 내젖고 있다.

이미 보증채무등을 제외해 9조1천억원 정도만을 부채로 확정한 까닭에
채권단이 받아낼 돈은 2조원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담보채권(2조2천억원) 규모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따라서 채권단은 곧 채권단회의를 열어 이같은 부채탕감 요구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논의할 예정이나 결과는 "부결"로 나올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러나 "더이상 끌려가봐야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도 않은데다 정부가 요구
한다면 부채탕감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있다.

<> 채권단에 유리하지 않은 수의계약 =채권단이 수의계약으로 방침을
정한다면 항간의 소문대로 포드만을 상대로 할 수는 없다.

현대 대우 삼성 모두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의계약 결과가 3차 입찰 결과보다 낫다고도 보장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의 회사가치는 이미 세차례에 걸친 입찰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며 "수의계약을 해도 조건이 좋아질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아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포드 밀어주기"가 본격화된다면 그 협상은 더 어려워진다.

포드가 얼마나 한국에 투자할지는 모르지만 외국사에 기아를 넘기기 위해
부채를 탕감, 국민에 부담을 지우려한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게다가 포드는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호남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기아 처리 일정은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jhkim@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