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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작은 고추가 맵다 .. 김형수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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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고추가 맵다.

    몸집은 비록 작지만 고추의 매운 맛은 오히려 큰 것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사물을 판단할 때 겉만 봐서는 안된다는 교훈의 뜻이 담겨 있다.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이런 말을 실감나게
    하는 중소기업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경상남도 밀양에 있는 한국화이바는 그런 기업중 하나.

    복합소재 한 분야에만 매진해온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공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서도 요즘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
    된다.

    해외주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동안 이 회사가 받은 주문은 1천5백만달러어치.

    산업용소각로와 화장로를 생산하는 대해프랜트도 수출주문이 밀려 하루
    4시간씩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종업원이나 매출액 규모 모두에서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하지만 몸집만 그렇다는 얘기다.

    이들의 실력은 대기업에 버금간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기업이다.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사업가가 죽음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키워온 반도체
    테스터 전문업체 미래산업도 이런 부류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 회사는 회사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억대의 공로주를 무상 지급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외환위기이후 기업경영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가동률이 급락하고 휴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남동이나 반월 등 이나라 산업의 밑거름이 돼온 기업들이 가득찬 공단에선
    기계 돌아가는 굉음이나 화물차의 빈번한 왕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정도다.

    이런 기업은 전체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가 끝 모르는 나락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은 오랜 세월 한 분야에만 매진해 독창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 제품을 차별화하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한국화이바를 보자.

    복합소재 전문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이 소재를 이용, 냉동컨테이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생산품목에는 항공기날개 헬리콥터동체 등 첨단제품등이 올라 있다.

    이 회사 정문안에 들어서면 커다란 바위에 "독창성"이라는 세글자가 새겨져
    있다.

    대해프랜트나 미래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력이 바로 이들의 자산이다.

    기술개발에 목숨을 건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압도할수 있는 기술력 없이는 세계화시대에 결코 존립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남들이 안하는 틈새시장을 간파, 제품을 차별화해 왔다.

    복합소재분야도 최근들어 대기업들이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로 뒤늦게 뛰어
    들고 있을뿐 그전까지는 한국화이바가 외롭게 개척해 왔다.

    화장로는 어떤가.

    남들 모두 혐오시설이라고 꺼릴때 김삼식 대해프랜트 사장은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누군가 해야 할 분야라면 내가 하자라는 도전정신으로 새롭게 기업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기술개발, 제품차별화및 전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시절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때면 으례히 거론된 것중 하나가
    기술이전이었다.

    기술을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기업들 역시 목숨을 걸고 개발한 것인데 이를 쉽게 주겠는가.

    전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업은 돈을 좀 벌면 당연히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 10~20년정도 전문분야를 해 왔으면 이제는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 왕국인 이탈리아를 보면 1백년이상 한우물을 파온 기업이
    많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대를 이어가며 보다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기업경영
    차원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대기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나라 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도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추고 세계시장에 우뚝 설 수 있는 작은
    고추들이 많아져야 한다.

    문제는 열정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이들이 많아질 때 이 답답하고 어두운 불황의 터널을
    빨리 빠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 odi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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