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삭발하던 날/무언가 무겁게 짊어지고 있던 것/부려 놓은 것 같았다/
세상은 온통 내 것 같았다"(성우스님 "처음 삭발하던 날"중)

"좋은 날이 어디 따로 있으리/가시 밟은 맨발이어도/날마다 좋은 마음이면/
날마다 좋은 날"(청화스님 "날마다 좋은 날"중)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스님들이 공동시집 "길없는 길에 서다"(삼양)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이두(청주 관음사), 성우(대구 파계사), 청화(실천불교승가회
의장), 진관(불교인권위위원장), 수완(합천 해인사)스님 등 모두 14명
스님의 시 90여편이 실려있다.

이들의 시적 화두는 깨달음이다.

피안의 세계를 속가의 언어로 풀어내는 지난한 작업들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선어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사바세계와 삶의 진리를 얘기한다.

자연을 노래하거나 산중의 일상을 다루며 사회의 그늘진 구석도 담은 시도
엿보인다.

이들 승려시인은 현대불교문학회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스님들이 주축이된 불교문학상도 만들 계획이다.

이 시집제작의 총무를 맡은 혜관스님은 "한국문학사에서 불교의 발자취는
대단히 크다"면서 "불교 시문학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위해 시집을
내게됐다"고 밝혔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