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노사가 퇴직금 지급시기를 합의할 경우 3개월의 기한에
얽매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주들에게 숨통을 터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3개월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체불임금
사업주로 낙인 찍혀 법적제재를 받아왔다.

요즘같이 부동산 및 기계설비 처분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3개월내에 재산경매가 낙찰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퇴직금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할 금전이라면 굳이
3개월이란 기한 없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리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IMF체제하에서 부도기업의 속출로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임금 및
퇴직금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법이 사태해결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체불퇴직금을 지급코자 하는 선의의 사용자들의 경우
재산과 자산을 3개월기한내에 처분하기란 어렵다.

결국 최씨의 경우처럼 경매낙찰이 늦어져 퇴직금을 지급했는데도 검찰에
고발돼 범죄인이 되는 현실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악의의 사용자들에게는 악용될 여지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가령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14일이 지난 후에 무조건 시한을 늘려달라고
근로자들에게 요구할 수도 있어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시행령상에 3개월이라는 최소한의 기한이 있어
사용자들에게 의무준수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번 판결이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자율합의를 토대로 퇴직금 등 체불금전을
해결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행령개정때에는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