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긴 암흑 속의 행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한바퀴 돌아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까지 집어 삼킬 태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의 부실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조차 하루에 10% 가까이 요동을 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안은 늘 "논의중"이다.
과연 세계경제는 동시공황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주요 포스트에 위치한 해외특파원들의 취재와 분석을 통해 세계경제
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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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기구와 민간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치가 제각각이다.
워낙 변수가 많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밝게 보는 곳은 IMF다.
IMF는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세계경제는 올해 2.0%의 성장률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이보다는 나은 2.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셸 캉드쉬 총재는 최근 "아시아 경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IMF는 일본의 경우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후퇴에서 벗어나 다시 활성화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중남미지역도 아시아와 같은 위기상황으로는 내몰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IMF의 자매기관인 세계은행(IBRD)의 시각은 비관적이다.
장 미셸 세베리노 IBRD 부총재는 최근 "동아시아, 경제회복으로의 길"이란
보고서에서 "아시아경제는 아직도 멀고 먼 가시밭길을 지나야 한다"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아시아 통화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급속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계경제회복은 빨라야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는 내년도 선진7개국(G7)의 경제성장률이
1% 이하에 그쳐 지난 91년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와튼경제연구소(WEFA)와 경제전략연구소(ESI)는 세계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미국경제가 최악의 경우 내년에 마이너스 0.7%, 2000년에는 마이너스
2.7%로 뒷걸음칠 것으로 내다봤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