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의 연봉.

눈치보지 않는 과감한 업무수행.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더욱 주가가 올라간
사람들.

외국은행 국내지점장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들은 특히 글로벌스탠더드(국제기준)가 강조되면서 모셔가려는 금융기관들
이 많아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인들은 물론 취업예정자들에게도 외국은행 국내지점장은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외국은행 지점장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계은행은 지난 9월말현재 12개국 52개은행.

점포수로는 67개.

이들 지점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대체로 본점에서 파견됐다.

아무래도 본점과의 긴밀한 업무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계은행 지점장중엔 한국인들이 적지않다.

52개은행중 15곳의 지점장이 한국인들이다.

이들이 발탁된데는 현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일차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본점 직원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까닭에 지점장으로 기용됐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인 지점장들의 연령은 45~55세 정도.

이들은 여신심사업무에 밝다는 특징도 갖고있다.

연봉은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도 웃돈다.

1억원미만인 국내은행장보다 두배나 많은 셈이다.

한국인 지점장중 베테랑은 양호 뉴욕은행 지점장을 들 수 있다.

그는 66년 상업은행에 들어간 후 6개월여를 근무하다 군대를 마치고 30년간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체이스맨해튼(69~78년) 크로커내셔널은행(78~80년)등을 거쳐 81년부터
17년째 지점장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미들랜드은행 서울지점장(86년)도 역임했으며 88년엔 현재의 뉴욕은행에
합병된 뉴욕어빙트러스트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43년생.

네덜란드계은행인 ING은행의 최원락 지점장(46년생)도 외국계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72년 중소기업은행에서 은행생활을 시작한 그는 77년 영국 로이즈은행을
시작으로 외국계은행에 발을 들여놨다.

91년 ING가 로이즈은행 서울지점을 인수하면서 부지점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7월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ING은행 최초의 한국인 지점장이 된 것이다.

그는 리스크매니지먼트에 강하다.

신세대로는 송종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장이 꼽힌다.

45세.

그도 작년 6월에 지점장자리에 올라섰다.

80년 매뉴팩처러스 하노버 트러스트 컴퍼니에 몸을 담으면서 외국계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도이치은행에는 92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그는 기업을 상대로 한 마케팅과 현금관리(캐시매니지먼트)관련 부서 등에서
일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의 장덕영 지점장도 40대 대표주자중 하나다.

홍콩상하이은행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중 두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

그는 51년생으로 산업은행에 있다가 75년부터 외국계은행으로 옮겨가
체이스맨해튼 미들랜드은행 등을 거쳤다.

장 지점장은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좋다"며 "외국계
은행은 연공서열보다 능력본위가 통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씨티은행 소비자금융의 하영구(45)대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기업금융사업부문장으로 있다가 올해 4월 소비자금융 대표에 발탁됐다.

밑으로 9개 지점장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지점장중의 지점장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67년부터 기업금융, 86년부터 소비자금융에 진출했는데
하 대표가 임명되기 전까지는 어느 부문에서도 한국인이 대표가 된적이
없었다.

하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원을 졸업하고 81년
씨티은행에 입행, 자금부 수석딜러 자금담당이사 투자은행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