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외국기업 : 진출기업..부쩍 바빠진 은행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국계은행.
국내은행 점포만을 거래해온 사람입장에선 낯설기 짝이 없는 곳이다.
혹은 돈많은 사람들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외국계은행은 "나와는 상관없는 은행"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깝게 보면 외국계은행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몰렸을 때이다.
외채상환 압력이 극에 달했을 때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장들은 조선호텔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한국정부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자발적인 성격의 모임이었다.
지점장들은 회의후 하나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수신처는 한국 채권국.
골자는 한국의 외채만기를 연장해줘야한다는 내용.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씨티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에 돈을 빌려준
해외은행들은 채권단회의체를 조직하고 외채 만기연장 작업에 나섰다.
이른바 부채구조조정.
그 결과 98년4월8일 2백18억달러의 한국외채가 만기연장됐다.
국가부도의 벼랑끝에 몰렸던 한국은 이로써 간신히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은 중요한 외화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60, 70년대 개발연대를 거치는 동안 외국계은행은 한국에
필요한 외화를 공급해줬다.
80년대이후 한국기업이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외국계은행의 공로가 크다.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하면 대개 현지에서 차입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외국인의 눈에는 생소한
기업에 불과하다.
기업에 관한 정보가 없기 때문.
한 외국계은행 지배인은 "정보의 대부분은 한국에 진출해있는 외국계은행이
제공한 것"이라며 "여기서 추천(recommand)하지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진출 한국기업에 자금을 대준 은행들이 대부분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계은행의 모점이라는 것만봐도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환란을 겪으면서 외국계은행들도 많이 움츠러들긴 했다.
외화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기존 한도마저 줄이기 일쑤다.
한국에서 큰 손해를 본 미국계은행들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수출환어음을 할인해줄 때 적용하는 환가료는 국내은행들보다
낮다.
국내은행들이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4%수준인데 비해 외국계은행은 리보
+2%안팎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다.
외국계은행들이 국내 금융산업에 기여하는 것중 빼놓을 수 없는게 선진금융
기법의 전수다.
다시 환란얘기로 돌아가보자.
원화가치가 연일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던 지난해 11~12월.
당시 홍콩 싱가포르 시장의 NDF(차액결제선물환)환율은 국내 원화가치의
선행지수 역할을 했다.
당연히 시장의 관심은 NDF환율에 쏠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금융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NDF를 몰라 당황해했다.
NDF가 원화가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NDF를 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외국계은행 딜러들이었다.
더불어 이들과 접촉하는 한국딜러들도 차츰 NDF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나 상품들은 이제껏 직수입된게 하나도
없다.
옵션이니 스와프니 포워드(선도거래)니 하는 것들은 모두 국내에 있는
외국계은행들로부터 국내은행으로 전수됐다.
그러다보니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은행들보다 외국계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새로운 금융기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위험도 쉽사리 회피(헤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더 나아가 새로운 유형의 차입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1만명가까운 직원을 거느린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적자에 허덕였지만 상당수
외국계은행들은 1백명미만의 직원으로 수백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을 제외한 모든 외국계은행들이 기업만을 상대로
하는 영업을 했는데도 그랬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한국인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경우 1백25명의 직원중 외국인은 단 한명이다.
파리바은행은 45명중 4명, ABN암로 은행은 60명중 3명만 외국인이다.
현지에서 채용한 한국인을 철저히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시켜 그들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파이(pie)가 커질수록 외국계은행의 몫도 커질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
국내은행 점포만을 거래해온 사람입장에선 낯설기 짝이 없는 곳이다.
혹은 돈많은 사람들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외국계은행은 "나와는 상관없는 은행"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깝게 보면 외국계은행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몰렸을 때이다.
외채상환 압력이 극에 달했을 때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장들은 조선호텔에서
긴급회의를 가졌다.
한국정부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자발적인 성격의 모임이었다.
지점장들은 회의후 하나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수신처는 한국 채권국.
골자는 한국의 외채만기를 연장해줘야한다는 내용.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씨티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에 돈을 빌려준
해외은행들은 채권단회의체를 조직하고 외채 만기연장 작업에 나섰다.
이른바 부채구조조정.
그 결과 98년4월8일 2백18억달러의 한국외채가 만기연장됐다.
국가부도의 벼랑끝에 몰렸던 한국은 이로써 간신히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은 중요한 외화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60, 70년대 개발연대를 거치는 동안 외국계은행은 한국에
필요한 외화를 공급해줬다.
80년대이후 한국기업이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외국계은행의 공로가 크다.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하면 대개 현지에서 차입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외국인의 눈에는 생소한
기업에 불과하다.
기업에 관한 정보가 없기 때문.
한 외국계은행 지배인은 "정보의 대부분은 한국에 진출해있는 외국계은행이
제공한 것"이라며 "여기서 추천(recommand)하지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진출 한국기업에 자금을 대준 은행들이 대부분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계은행의 모점이라는 것만봐도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환란을 겪으면서 외국계은행들도 많이 움츠러들긴 했다.
외화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기존 한도마저 줄이기 일쑤다.
한국에서 큰 손해를 본 미국계은행들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수출환어음을 할인해줄 때 적용하는 환가료는 국내은행들보다
낮다.
국내은행들이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4%수준인데 비해 외국계은행은 리보
+2%안팎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셈이다.
외국계은행들이 국내 금융산업에 기여하는 것중 빼놓을 수 없는게 선진금융
기법의 전수다.
다시 환란얘기로 돌아가보자.
원화가치가 연일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던 지난해 11~12월.
당시 홍콩 싱가포르 시장의 NDF(차액결제선물환)환율은 국내 원화가치의
선행지수 역할을 했다.
당연히 시장의 관심은 NDF환율에 쏠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금융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NDF를 몰라 당황해했다.
NDF가 원화가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NDF를 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외국계은행 딜러들이었다.
더불어 이들과 접촉하는 한국딜러들도 차츰 NDF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나 상품들은 이제껏 직수입된게 하나도
없다.
옵션이니 스와프니 포워드(선도거래)니 하는 것들은 모두 국내에 있는
외국계은행들로부터 국내은행으로 전수됐다.
그러다보니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은행들보다 외국계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새로운 금융기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위험도 쉽사리 회피(헤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더 나아가 새로운 유형의 차입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1만명가까운 직원을 거느린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적자에 허덕였지만 상당수
외국계은행들은 1백명미만의 직원으로 수백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을 제외한 모든 외국계은행들이 기업만을 상대로
하는 영업을 했는데도 그랬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한국인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경우 1백25명의 직원중 외국인은 단 한명이다.
파리바은행은 45명중 4명, ABN암로 은행은 60명중 3명만 외국인이다.
현지에서 채용한 한국인을 철저히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시켜 그들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파이(pie)가 커질수록 외국계은행의 몫도 커질 수밖에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