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이래 부피를 측정하던 흡.되.말, 길이를 재던 치.자.필, 무게를
나타내는 근.관 등과 같은 도량형의 단위가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나
1963년 법으로 척관법을 없애고 미터법으로 통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도량형의 사용실태는 어떤가?

아파트 매매의 경우 분양광고에서는 평단위로 선전하고 취득후 등기부에는
평방m 단위로 등재한다.

식육점에서 고객이 쇠고기 한근을 주문하면 가게 주인은 대충 600g을
내놓는다.

여전히 척관법과 미터법이 혼용되고 있어 계량법이 지켜지지 않고있다.

학교에 다닐 때 길이는 m로, 넓이는 평방m로 표시하도록 배워 1평방km에
해당하는 면적은 사방 1km인 정사각형에 해당하는 규모로 쉽게 어림짐작이
가지만 이를 30만평(1평방km=1,000,000평방m=약300,000평)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넓이인지 쉽게 가늠하지 못한다.

무게도 마찬가지이다.

물 1l는 1kg(1l=10x10x10입방cm)이다.

물 1l의 무게를 머릿속에 입력해 놓으면 다른 물건의 무게도 짐작을
하지만 1근, 2근해서는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다.

1973년 우리와 같은 동양문화권인 태국을 방문했을때 방콕의 노점상이
kg으로 표시된 저울에 과일을 달아 파는 걸 본 일이 있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면 쇠고기 일 인분, 회 한 접시에 얼마하는 식으로
단가를 흔히 표시한다.

상당히 주관적인 단위이어서 얼마만큼 시켜야 할 지 고민되고 먹고 나면
손해본 느낌을 갖게 한다.

만약 외국인 관광객이 음식점에서 이같은 메느판을 본다면 이 식당을,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거래의 기본은 믿음이고 신뢰인데 거래의 잣대인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으면 눈속임과 불신이 생기고 결코 올바른 상거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제화.개방화시대일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화시대로 계량단위의 표준화가 절실히 요구 된다.

석영철 < 행정자치부차관 YCSEOK@mogaha.g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