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신망에 음성을 싣는다"

세계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루슨트테크놀러지스의
칼리 피오리나 사장(전세계통신사업자 담당)은 세계 통신망의 미래를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피오리나 사장은 지난 9월말 미국 뉴저지주 머레이힐에서 열린 루슨트의
글로벌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네트워크혁명"이란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또"통신망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수 있는 이동성,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할수 있는 고품질의 데이터처리능력,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오리나 사장은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터 처리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인터넷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올해 4백억달러 남짓한 인터넷 관련시장 규모가 2002년에는 1천4백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포레스터 리서치의 전망을 곁들였다.

인터넷을 충분히 수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처리가 핵심이란 것이다.

피오리나 사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인 50인" 가운데 1위에 랭크된 인물이다.

그녀의 설명은 이제 통신이 정보기술혁명을 이끌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수 있다.

통신망의 발달은 정보기술혁명의 상징인 인터넷을 낳은 토대가 됐다.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통신망이 형성됨으로써 세계 각 기관을
연결하는 인터넷망이 형성된 것이다.

또 대용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할수 있게 됨으로써 그래픽을 포함한
멀티미디어형태인 인터넷정보가 유통될수 있었다.

통신은 정보기술혁명을 이끌어왔지만 정보기술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속도가 늦고 데이터를 처리할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설치돼있는 통신망은 음성정보를 처리하는데는 충분하다.

음성은 정보량이 많지 않고 조금 잘못 전달되더라도 의사소통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는 문제가 많다.

피오리나 사장은 "지금의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경우 신뢰성이
떨어지고 품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정보전송능력이 부족해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데이터를 손쉽게
받아볼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따라서 통신망이 지금의 음성통신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데이터를 전송할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신망의 발전은 우선 데이터와 음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일 통신망에서 음성 데이터 인터넷 등 모든 형태의 통신을 수용할수
있도록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서비스업체나 통신이용자들은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줄일수 있고 통신망도 손쉽게 관리할수 있다.

둘째 대용량화다.

데이터통신을 위해서는 한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인터넷은 물론 사이버쇼핑, 주문형비디오 같은 서비스는 대량의 그래픽 및
동영상 정보를 담고 있다.

이들 정보를 빠르게 받아보려면 대량의 정보를 빠른 시간에 전송할수
있는 고속통신망이 필요하다.

통신망의 고속화는 주로 광케이블을 이용해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한가닥의 광케이블로 3만2천명이 동시에 통화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 2.5Gbps급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20Gbps급이 상용화됐으며 루슨트는 최근 40Gbps급 장비를
선보였다.

특히 이 시스템은 중계기를 사용하지 않고 1천km까지 신호를 전송할수
있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직접 연결할수 있다.

2000년께는 전송속도가 1백Gbps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는 하나의 통신망에서 음성 영상 데이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처리할수 있는 멀티미디어화 현상이다.

멀티미디어통신시스템은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응용될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인터넷 콜센터를 들수 있다.

콜센터는 전화망과 컴퓨터를 통합운영해 고객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곳이다.

최근 기업들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향상을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콜센터를 인터넷과 연계시킴으로써 자사 홈페이지를 찾아온 고객과
음성으로 연결해 애로나 불만을 듣고 해결해줄수 있다.

통합메시징시스템도 좋은 사례다.

음성사서함과 전자우편, 팩스를 하나의 시스템에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한
형태로 골라 꺼내볼수 있다.

가령 운전중에는 전자메일을 음성으로 확인하고 사무실에서는 음성사서함에
들어온 메시지를 컴퓨터화면에 띄워볼수 있다.

출장중일때는 음성메일을 팩스로 받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무선화바람이다.

무선은 언제 어디서나 통신할수 있게 해준다.

기존 유선통신망은 속도가 빠르고 안정돼 있으며 이용요금이 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전화선이 연결된 곳에서만 이용할수 있다는게
단점이다.

따라서 이동중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

정보기술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기업환경에 요구되는 이동성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무선통신시장의 성장세는 유선통신을 훨씬 앞서고 있다.

무선통신장비시장은 97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20%의 고속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0%로 예상되는 유선장비시장 성장률의 2배수준이다.

가입자 증가속도도 이동전화가 무척 빠르다.

현재 2억명인 전세계 이동전화 가입자는 5년후에는 7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선가입자는 전화서비스가 시작된지 1백년만에 7억명에 이르렀으며
5억명이 더 늘어나는데는 10년이상 걸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동중에 고속의 데이터통신을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이동전화서비스
에 데이터통신기능을 추가하거나 정보전송능력이 뛰어난 차세대이동통신
(IMT-2000)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화선을 대체하는 고속 고정무선통신도 등장하고 있다.

무선가입자망, 무선인터넷 등이 대표적이다.

무선가입자망은 하나로통신이 내년부터 시내전화서비스에 사용할 예정이다.

무선인터넷은 미국에서 2.5GHz대의 전파를 사용하는 단방향서비스가
상용화됐다.

28GHz대역의 전파를 사용하는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보를 내려받는 속도가 45Mbps인데다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광케이블을 대신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보기술혁명의 걸림돌이었던 통신망은 이제 다시 "혁명"을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