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위기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민간은행들의 외환 선물 계약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지시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구제금융 지급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표단 파견을 전면 유보했다.

12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각 시중은행에 대해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스왑거래 선도거래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통화선물의 지불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은행들이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 통화선물을 과도하게 매도해
외환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안드레이 코즐로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 연방은행과
국제 채권단간에 진행되고 있는 단기국채(GKO)와 재정차관(OFZ)의 재조정
협상과 관련돼 취해졌다"면서 "14일 런던에서 재개되는 서방 은행단과의
협상에서 통화선물 지불도 함께 논의할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중은행들이 이를 다른 채무에 대한 불이행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러시아는 지난 8월17일 2천5백억 루블(1백60억달러)규모의 국내
채권거래를 중단한 후 국내외 투자자들과 채무조정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러시아가 갈구해온 IMF의 지원은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미하일 차도르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IMF에 25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조속히 제고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IMF는 "러시아의 경제회생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14일로 예정됐던
모스크바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재 러시아정부는 정부와 의회간 대립과 경제관료들간의 갈등으로
IMF가 요구한 경제 대책을 올해말까지도 내놓기 힘든 처지다.

국제 채권은행단도 러시아에 대한 채무 상환조건을 크게 완화해 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금융위기는 해소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점점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