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경제신문의 편집국장이 인터넷상에서 긴급좌담을 가졌다.

세계 경제여론을 이끌어가는 4대 경제신문의 편집책임자들이 가진 첫
"에디터스 컨퍼런스(editor"s conference)"였다.

이번 "에디터스 컨퍼런스"는 아시아에서 시작돼 러시아와 중남미, 급기야
미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를 긴급 점검하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창간 34주년을 맞은 한국경제신문의 발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4대 경제신문의 편집책임자들인 월스트리트저널(미국)의 폴 스타이거
편집국장, 파이낸셜타임스(영국)의 앤드루 고워스 편집국장대리,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의 시마다 마사유키 편집국장, 한국경제신문의
류화선 편집국장은 이번 좌담에서 세계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선진국과 위기를 겪고 있는 각국 정부가 조속히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스템이 개편돼야 하며 헤지펀드
등 국제투기자금의 단기이동에 대한 부분적인 규제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폴 스타이거 국장은 선진국들의 케인시언(Keynesian)적 경기대책을
촉구했고 앤드루 고워스 국장은 일본의 적극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시마다 마사유키 국장은 엔화가치 안정과 국제화, 류화선 국장은 획일적인
IMF 처방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세계 4대경제신문 편집책임자는 이번 인터넷 좌담에서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는데는 경제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언론 본연의
사명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도 세계금융위기 등 "국제적 아젠다(agenda)"가
제기될 때마다 세계 4대 경제신문의 편집국장들이 직접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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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화선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세계경제 상황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이다.

세계 동시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와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중남미도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일본은 장기침체에 빠져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침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위기가 주변부를 휩쓸고 급기야 세계경제의 심장부로
진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얼마전 미국의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전세계 국가중 40%가 경기침체에
빠졌거나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범세계적인 대응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 폴 스타이거 월스트리트저널 편집국장 =세계경제는 분명히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대응을 늦출수록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다만 동시공황을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세계경제 진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 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과 브라질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상황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이다.

브라질의 상황은 중남미 전체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다.

일본은 내수활성화 등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경기 개선책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브라질도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유출의 원인을 찾아 즉각 처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제경제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앤드루 고워스 파이낸셜타임스 편집국장대리 =세계경제는 매우 위태롭다.

대응책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내년에 세계경제 상황은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국제공조도 그렇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개별국가의 노력도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 시마다 마사유키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국장 =세계경제를 가까스로
지탱해온 미국에까지 위기의 파도가 몰려가고 있다.

미국도 기업들의 수출감소와 은행들의 실적악화 등으로 경기침체 기미가
완연해지고 있다.

미국경제마저 불황에 빠진다면 세계경제 공황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경제에 나타난 버블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물론 일본의 역할도 중요하다.

빠른 시일안에 내수부양과 금융개혁을 단행해 일본경제를 개혁, 세계공황
및 금융공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국제금융시스템 문제도 재검토해야 한다.

<> 류 국장 =문제는 상황의 심각성이 아니라 대응책이다.

이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도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하지만 구체적 대응책은 찾지 못했다.

"아이디어"만 무성했을 뿐이다.

미국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도 금리인하에 공조해야 한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아시아 기업들의 부채탕감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미 제기능을 상실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다시 검토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신속하게 지원해
세계공황을 막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특히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축적해 놓은 2천억달러 이상의 외환
보유고중 일부를 풀어 경제위기를 겪고있는 동남아국가에 장기저리로
대출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일본경제도 살고 아시아경제도 살 수 있다.

미국도 외환안정기금을 이용해 지난번 멕시코 외환위기 때처럼 중남미와
아시아 각국을 지원해야 한다.

<> 스타이거 국장 =지난 50,60년대와 70년대 초에도 세계경제는 요즘과
비슷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 때 세계를 위기에서 건진 것은 "케인시언 요법"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각국 정부가 과감한 세율인하와 재정확대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케인시언적 재정정책은 정부의 예산을 확대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강화하는 등의 측면 때문에 나쁜 평판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특히 과거 많은 정부들이 세율인하와 재정확대 처방을 과용함으로써
인플레를 야기하는 등의 역효과를 일으켰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한번 케인시언 처방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는 이같은 내수진작 처방이 특히 시급하다고 본다.

<> 시마다 국장 =경제위기국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지원과 각국의 노력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엔화 안정이 필수적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 국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내년에 도입될 유러화와 함께 국제기축통화는 달러-엔-유러화의 3각구도를
갖추는게 바람직하다.

이들 3개 통화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러화 중심의 현 국제금융체계가 개선돼야만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수 있다.

<> 고워스 국장대리 =일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금융개혁을 확실하게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도 마찬가지다.

수출에만 관심을 두는 듯한 모습이다.

일본의 침체가 계속되면 아시아의 경제상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그 여파는 세계경제 전체에 미치게 된다.

<> 류 국장 =일본은 "일본 책임론"을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

일본은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제공자일 수도 있다.

일본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4조달러가 넘는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미국 국채만도 3천억달러 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 빌려준 자금만도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일본기업들이 해외의 공장이나 부동산등에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그 액수는
1조달러가 넘을지도 모른다.

또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일본이 내수 부진으로 해외수입을 줄이고 있어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노력
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본발 세계공황 가능성이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 시마다 국장 =90년대 초반부터 지속되고 있는 일본경제 불황이 아시아
위기 요인중 하나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위축과 금융기관들의 경영실적 악화가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서구 국가들의 지적대로 일본은 금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내수부양을 위한 감세와 재정지출 규모도 더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기여를 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같은 주장을 계속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회복이 세계경제를 침체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해결책
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아쇠가 일본만을 겨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경제 체제를 완전히 개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일본경제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멀지않은 시기에 회복될 것이다.

일본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국제투기자금에 대한 규제
라든가 국제금융시스템 개편, 아시아 국가들의 과도한 달러의존 현상 시정
등이 병행돼야 한다.

<> 류 국장 =IMF의 처방이 외환위기국들의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부인하지 않지만 획일적인 긴축정책이라든가 고금리
요구, 통화가치 절하 처방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 요인이 됐다.

한국은 특히 IMF처방만 따르면 경제가 금방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초기에
IMF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IMF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러시아나 인도네시아를 봐도 IMF 처방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미국식 기준"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

<> 스타이거 국장 =IMF가 요구했던 통화절하 시책은 적절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IMF는 통화가치가 절하될 경우 수출이 늘어남으로써 국제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의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보다는 대규모의 외화표시 부채를 안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훨씬 두드러졌다.

IMF의 기능과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IMF는 지금과 같은 독선과 관료주의 등 내부문제를 그대로 남겨둔채 종래의
역할을 하려들어선 곤란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지금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 IMF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MF를 탄생시켰던 브레튼우즈협정 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위상과 기능을 재정비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 고워스 국장대리 =IMF는 경제위기국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신속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민간분야의 외채문제를 간과하는 경기대책을 강요하고 있다.

IMF의 매크로 경제위기극복책은 너무 경직돼 있다.

최근들어 IMF 처방전이 상당히 유연해지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은행개혁이나 산업구조 효율화를 위한 처방의 방향은 분명히
올바른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구조개혁이 필요한 나라에서는 귀를 기울일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시마다 국장 =IMF 처방에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

경제구조와 재정을 개혁하는 정신은 좋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

IMF 처방은 과거 이집트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또다시 똑같은 진단과 처방이
적용됐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IMF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IMF의 요구를 무시하고 환율과 자본규제 등의 자구책을 마련중
이다.

미국적인 제도를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IMF는 유연해져야 한다.

<> 스타이거 국장 =IMF의 요구가 부분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점은 인정
하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제도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일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시장경제 모델은 이제까지 인류가
실험해온 그 어떤 제도보다도 성공적이었다.

구 소련권의 사회주의는 물론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나 아시아의 관료주도형
중상주의 모델 등은 더 큰 결함을 안고 있음이 이미 입증됐다.

다만 자유시장경제라고 해서 무조건적 방임이 용인돼서는 안될 것이다.

정보 공개와 최소한의 정부규제 등 보완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류 국장 =국제 단기자본을 주무르는 헤지펀드의 발호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한 요인이다.

헤지펀드는 지난해 아시아지역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단기 자금을 일시에
대거 회수해 아시아 위기를 촉발시켰다.

요즘은 거액의 손실문제가 세계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물론 헤지펀드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기는 하다.

각국 정부가 잘못된 경제정책을 취할 경우 투자자금을 회수함으로써
그릇된 시책에 경고메시지를 보내 정책을 바로잡게 하는 역할을 하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 당국의 눈을 벗어나는 은밀하고 복잡한 투자행위가
무한정으로 방치돼서는 곤란하다.

특히 얼마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빠졌을 때
미국은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

잘못된 투자에 돈을 대줌으로써 투자가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오히려 방조하는 실수를 범했다.

헤지펀드의 무분별한 투기행위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한편 잘못된 투자엔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 시마다 국장 =IMF가 결과적으로 헤지펀드를 도와준 셈이 됐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국과 IMF는 개도국의 금융시장을 개방시키고 자유화해 결과적으로
헤지펀드들이 마음대로 개도국 시장을 휘저을 수 있게 했다.

또 금융위기가 터지자 IMF는 외환위기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헤지펀드와 서방의 금융기관들만 살지게 만들었다.

서구 은행들은 자신들의 무모한 대출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함에도 IMF의
구제금융 덕분에 대출원금을 떼이지 않고 고스란히 다 챙기고 있다.

이는 서방 금융기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안 마련이 시급하다.

<> 고워스 국장대리 =우리 신문의 철학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규제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헤지펀드는 막대한 자금을 다루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과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헤지펀드는 적절히 감시돼야 한다.

그들의 투자행위는 투명해져야 마땅하다.

헤지펀드는 워낙 자금력이 커 세계금융시스템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위험을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위험과 불리함을 다른 지역이나 투자대상에 얼마든지 전가할 수 있다.

이런 헤지펀드를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은 결코 세계경제에 이롭지
못하다.

또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가 취하고 있는 외환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국가의 경우 자본통제라는 방패 뒤에
숨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통제에는 이중의 위험이 있다.

자본통제는 경제및 금융구조조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구실이 될수 있다.

또 일단 자본통제가 실시되면 이를 다시 완화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시급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본거래를 규제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스타이거 국장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나 각국 정부의 일시적인 외환규제
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외환시장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도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특히 대외거래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외환 유출입을 통제하면 경제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

부득이하게 외환규제 조치를 도입해야 하는 경우라도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 금융계의 모럴 해저드를 퇴치해야 한다는 점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금융기관들이 투기적 운영으로 입은 손실을 공공기관이 구제해 주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들에 대해 정부의 감독체계를 보다 철저
하게 정비하는게 필요하다.

<> 고워스 국장대리 =세계경제 상황도 한국 독자들에게 관심있는 분야일
것이다.

그러나 더 절박한 문제는 한국경제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경제구조개혁은 바람직스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완전히 성장력을 회복하려면 3~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소비 수요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밝힌 것처럼 99년 중반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성급한 것으로 본다.

더구나 현재 진행중인 금융권및 일반기업의 구조개혁은 고통스러운 결과를
계속 몰고올 것이다.

한국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과거 90년대 중반과 같은 7~8%의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다.

<> 류 국장 =지난 몇년간 한국경제 성장에는 거품이 끼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은 지금 뼈아픈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겪어보지 못한 대규모의 실업사태를 치르고 있고 대기업들은 고생 끝에
이룬 사업들을 외국기업이나 다른 국내기업에 헐값에 넘겨주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문을 닫았고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
에 맞추어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식의 글로벌 스탠더드나 IMF의 처방이 한국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한국은 인내하며 국제경제계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한국이 IMF체제의 모범국이라고 자평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한국은 한단계 성숙한 경제로 거듭날 것이다.

다만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시행착오와 실업대책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이 과제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 스타이거 국장 =한국 정부가 진행중인 금융산업등 여러 분야의 구조개혁
조치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국 필리핀 등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혁 작업을 펴고 있다.

문제는 외부의 변수다.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상황이 불투명한 점이 걱정
이다.

일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 한국은 경제개혁에 성공하더라도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 고워스 국장대리 =한국 정부는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국들중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앞서가고 있다.

특히 금융및 기업개혁을 위한 매크로 경제프로그램은 인상적이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경제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끝까지 수행할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개혁에 따른 실업 증가등의 과도기적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이제 개혁의 방향은 마이크로경제 분야로 바뀌었다.

현재 진행중인 은행 개혁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모델이 될수 있다.

은행 노조가 최근 30%이상의 감원을 수용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노동조합들이
점차 감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기업들도 구조조정 노력을 해외에 더욱 잘 알릴 필요가 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다.

<> 시마다 국장 =한국 경제는 외적인 성장과는 달리 투자관계는 근대화되지
못했다.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반도체 철강 조선등은 한때 일본을 앞섰을 정도로 경쟁력과 기술을 확보
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고 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한파다.

2년동안 규슈에 있으면서 부산에 자주 갔었다.

활기찬 한국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부러운 것은 요즘 한국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여러가지 이유로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

<> 스타이거 국장 =이번 대담을 통해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언론의 사명에 관한 것이다.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될수록 경제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경제언론은 독자들에게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고
폭넓게 알려줘야 한다.

당장은 황당하게 들리는 주장이더라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의견이
있다면 독자들에게 적극 전달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춰주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부국과 빈국,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평등하게 보다 많은 양질의 경제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 신문들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
이라고 생각한다.

<> 류 국장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 타개방안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가 하나로 뭉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IMF.IBRD 총회에서 위기극복 방안들이 집중 논의됐고 조만간 G7을
중심으로 열기로 한 세계경제정상회담도 기대된다.

세계 각국이 20세기의 마지막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경제신문들은 세계 모든 나라와 각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