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 문연아이디어뱅크 대표 >

재테크 성공방정식이 변하고 있다.

"우선 청약통장부터 만들고, 아파트 당첨되면 대출받아서 내집 장만하고,
한동안 기다리다 집값 오르면 헌집을 프리미엄 붙여 팔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평수 넓혀 이사가고, 남는 돈으로는 이자 많이 주는 금융기관에
맡겨서 재테크 하면 되는게 아닙니까?"

얼마전까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재테크 성공방정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이런 성공방정식이 앞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첫째, "청약통장=내집 마련"이란 방정식이 깨지고 있다.

청약통장의 매력은 시세보다 싼 값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데 있었다.

그러나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민영 아파트 분양가가 자유화되면서 청약통장이 있어도 시세보다
싼값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어려워졌다.

"사 놓고 기다리면 집 값은 오른다"는 부동산 신화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높은 이자=성공적인 재테크"라는 성공방정식도 이제는 빛이 바랬다.

이제까지 재테크 상담의 화두는 "어디가 이자가 센가요?"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은행을 포함해서 부실 금융기관 퇴출이 현실로 나타나자 이제는
"이자보다는 안전이 최고"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원금은 확실히 보장
되나요?"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을 선택했다고 쳐도 아직 문제가 남아있다.

같은 금융기관에서도 상품에 따라 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간에 돈을 마음대로 찾을 수 있는 상품은 이자가 낮고, 이자를 많이 주는
상품은 한번 돈을 맡기면 일정기간 찾을 수 없다.

셋째, 세금도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이자소득에 대해 24.2%의 세금을 적용하는지, 아니면 11.2%로 세금우대를
받는지에 따라 손에 쥐는 세후 이자는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자녀 이름을 빌려 무조건 2천만원씩 분산한다면 증여세가 문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절세효과도 따져야 하고, 수익성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안전성
유동성도 생각해서 재테크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환경이 변화하면서 재테크를 주도하는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성공방정식 따위는 더이상 믿을게
못된다.

이제는 수익성과 유동성, 그리고 안전성과 절세효과 중에서 자기 나름대로
우선 순위를 매기고 "나"의 필요와 능력에 맞추어 적합한 재산형성 계획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섯 종류의 돈이 필요하다.

생활자금 결혼자금 교육자금 주택자금 노후자금이 그것이다.

우리가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경제적 불편없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물론 사람마다 희망하는 생활수준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따라서 "나"의 경우에는 어떤 자금이 언제 얼마나 필요하고, 지금 "내"가
저축할수 있는 수단을 감안할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산 형성 계획뿐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주택자금이나 결혼자금을 위해서
어떻게 대출을 받고, 어떻게 갚아갈 것인지 유동성(liquidity)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대비해서 어떤 보험(protection)에
얼마나 가입해야 하는지도 계획을 세워야 하고, 여기에 덧붙여서 세금계획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나에게 꼭 맞는 종합적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파이낸셜
플래닝(financial planning)이라고 한다.

이제는 파이낸셜 플래닝이 주도하는 재테크 시대가 열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