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동부화재 송인기 대표는 전문경영인 답게 최근들어 불어닥치는 시장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향후 대응전략을 어떻게 짤지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는다.

삼성 현대 LG 동양화재 등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다른 대형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느끼는 불황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일부 손보사의 경우 지난 8월 자동차보험료 인하조치이후 이 부문에서
들어오는 수입보험료가 크게 줄어들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까지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손보업계가 98년은 "아주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

보험개발원은 올해초 98사업연도중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수요가 위축돼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대비 1.3% 증가한 15조9천2백2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불황에 따른 성장률 하락 등의 여파를 감안한 전망치였다.

그러나 실제 영업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7월말 현재 11개 원수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는 4조7천3백65억3천9백만원
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8%나 줄어든 것.

이 기간동안 수입보험료가 감소하지 않은 회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두곳이다.

삼성은 전년동기대비 2.47% 늘어난 1조2천8백34억2백만원, 현대해상은 1.94%
증가한 6천8백68억6천5백만원의 보험료를 거뒀다.

숫자상으론 매출신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해동 제일 대한화재 등은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업계 전체적으로 미미하거나 적어도 제로 성장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마이너스 신장, 다시말해 시장 자체가 쪼그라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같은 매출 격감현상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자동차보험 가격
자유화이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영업조직에선 보험료 할증요인을 무시하는 등
가격덤핑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며 "운전자별 가격 자율화폭이 지금보다
2배이상 늘어나면 이같은 보험료 인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손보업계가 처한 상황이 비관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력분야인 자동차보험시장은 전체적인 외형이 위축세를 보이지만 소비절약
추세에 따라 사고발생률은 떨어질 공산이 크다.

들어오는 수입보험료가 줄어들지만 보험금으로 나가는 지출 요인도 함께
감소해 손익면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장기보험도 생명보험업계와의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란게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손보특유의 보장기능을 앞세우면 영업조직의 열세를 극복하고 나름대로
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암보험상품에서 그같은 가능성은 이미 증명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배상책임보험분야 등 선진형 신시장에 대한 수요도 침체국면을 맞는
손보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임원배상책임보험이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만을 위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아래서 삼성 현대 동부 LG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에 본격 들어가면서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인 셈이다.

시장 개방과 금융권별 장벽이 허물어져 가는 보험시장에서 마켓 셰어를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