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 상품인 수익증권의 수탁고가 올들어 1백% 이상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투자신탁회사는 고민에 빠져있다.

수익증권의 판매 주도권을 증권사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증권을 팔고 그에 따른 보수(1%가량)가 주요 수입원인 투신사로선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투자신탁회사들은 자산운용의 노하우와 투자신탁의 전문성을
내걸며 "명예회복"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지난해말 76조원이던 수익증권의 전체 판매액은 지난 9월말 현재
1백60조원을 넘었다.

9개월만에 두배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와중에 판매 주도권이 투신사에서 서서히 증권사로 옮아갔다.

증권사는 투신사와 달리 수익증권을 직접 운용할 수 없지만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는 있다.

증권사가 수익증권을 위탁판매한 총규모는 9월말 현재 63조원.

지난해말(5조5천억원)보다 무려 10배이상 늘었다.

반면 운용과 판매를 병행하는 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 판매규모는
97조원으로 지난해말(83조원)에 비해 15%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장점유율도 96%에서 61%로 떨어졌다.

최근들어 증권사의 판매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지만 투신사로선 이미
"텃밭"의 상당부분을 잃은 상태다.

이같은 주도권 변화는 은행퇴출 등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났다.

은행과 종금사의 단기자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찾아 대그룹계열 증권사로
몰렸다.

현재 증권사 수익증권에 몰려든 자금 가운데 70%정도가 금융기관및 대기업의
3개월이하 단기자금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신세기투신과 한남투신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기존 투신사의 부실문제가
전면에 부각된 것도 "증권사 약진-투신사 부진"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대해 투자신탁회사들은 "그래도 우리가 원조"라며 실지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우선 수익증권을 팔 뿐만 아니라 직접 운용까지 한다는 대목을 부각시키고
있다.

"수익증권 전문회사"라는 이미지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투신사는 특히 채권 싯가평가제가 실시될 경우 증권사에 판매를 위탁하는
투신운용사에 비해 수익률 게임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운용 전문인력(펀드매니저)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다 자산운용 경력 또한
투신운용사보다 뛰어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펀드내 채권을 싯가로 평가할 경우 확정금리처럼 받아왔던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은 수시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같은 공사채형 수익증권이라도 주식처럼 펀드매니저의 운용실력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투신사는 또 증권사와 달리 6개월이상의 장기자금이 절반이상을 차지해
자금운용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투신사 경영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왔던 부실화문제도 서서히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실의 주범인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금리가 떨어지면서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대한투신이 9개월연속 흑자를 낸 것을 비롯해 한국투신 국민투신도 최근
몇달간 흑자를 보이고 있다.

비록 월간 단위지만 경영정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 대형 3사는 아직도 차입금규모가 2조~3조원에 달해 완전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

한남투신 영업정지 사태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던 지방 투신사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들은 대그룹 계열사라는 배경을 부각시키며 신인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제일투자신탁(부산)은 제일제당그룹, 삼성투자신탁(구 동양투자신탁.대구)은
삼성그룹, 중앙투자신탁(대전)은 동양그룹 계열이란 점을 무기로 삼아 시장
확대를 외치고 나섰다.

이들 3사는 이미 탈지역주의를 선언한 상태.

이전까지는 연고지 중심의 영업에 주력했으나 이제는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지점을 늘리는가 하면 기업을 상대로 한 법인영업도 한층 강화하는
추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2일자 ).